지난 3일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전처를 살해한 뒤 숨진 60대 남성이 과거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 구치소에 유치된 전력이 있는 ‘고위험 가해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상 가능한 최고 수준의 잠정조치와 민간 경호까지 동원했지만 보호조치가 종료된 이후 당사자 간 접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비극을 막지 못했다.
4일 울산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60대)와 전처 B씨(60대)의 갈등은 지난해 1월 첫 가정폭력 신고로 드러났다. 이후 같은 해 세 차례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첫 신고 당시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접근금지와 통신 차단 등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A씨는 약 3개월 만에 이를 위반했고, 경찰은 추가 입건과 함께 B씨 주거지 앞에 민간 경호 인력을 배치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후에도 A씨의 접근이 이어지자 사건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전환됐다. 법원은 접근금지와 통신 차단에 더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구치소 유치까지 포함한 최고 수준의 잠정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일정 기간 물리적으로 분리됐다.
A씨는 구치소 유치 이후 약 8개월간 별다른 위협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정기 모니터링을 이어갔지만 특이 동향이 확인되지 않자 위험 등급을 단계적으로 낮췄고, 올해 2월에는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건은 이혼 이후 재산 분할과 짐 정리 과정에서 발생했다. B씨는 지난 3일 관련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A씨의 주거지를 혼자 방문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스마트워치는 반납된 상태였고, 경찰 동행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도 높은 조치 이후 장기간 추가 위협이 없었고 이혼 절차도 마무리된 상황이었다”며 “신변 불안이 완화됐다고 판단해 단독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접근금지, 전자장치 부착, 유치 등 다양한 잠정조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보호조치 종료 이후에는 당사자 간 접촉을 통제할 장치가 사실상 없어 이혼 이후 후속 절차가 사각지대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혼이나 판결과 같은 법적 절차의 종료가 곧 안전한 관계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접근금지나 이혼 판결은 법적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일 뿐 실제 위험이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과거 폭력이나 통제 행위가 반복된 경우에는 관계 종료 이후에도 위험이 이어질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산 분할이나 물품 정리 등 사적 사유로 당사자가 다시 접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재점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 같은 접촉은 보호조치 종료 이후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적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계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찰 신고율은 0.8%에 그치고, 검거율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등 대응 체계가 여전히 신고 의존형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3일 오전 울산 북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A씨는 전처 B씨를 살해한 뒤 “아내를 죽였다”고 112에 신고했으며, 신고 약 2분 뒤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현장에서는 흉기에 찔린 B씨가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피의자인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