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연달아 발생...전국서 매년 약 40건

일면식 없는 피해자 수차례 공격
전문가 “공동체 치안 시스템 필요”

 

광주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공격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사는 게 재미없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이상동기 범죄로 시민 불안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살인 미수 등 혐의로 장모씨(24)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장씨는 전날 오전 12시 11분께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대로변 인도에서 고등학생 2학년 A양(17)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양은 장래 희망이 응급구조사로,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살려달라는 A양의 비명을 듣고 도움을 주려고 현장에 다가온 B군(17)도 흉기로 공격했다. B군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장씨는 “사는 게 재미없어 미리 구매해 둔 흉기로 스스로 생을 마치려고 했다”며 “전혀 모르는 사이인 피해 학생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충동이 생겨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하루 전에도 또 다른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했다. 60대 남성 C씨는 4일 오후 인천 부평공원에서 일면식 없는 2살 아동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쳐 상해를 입힌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 C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신원을 확인하고 귀가조치했으며, 추가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동기 범죄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23년 이상동기 범죄는 46건 발생했다. 2024년에는 42건, 지난해에는 39건으로 매년 40건 안팎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살인·살인미수 혐의가 전체 127건의 35.4%를 차지했으며, 피의자 성별은 남성 96명으로 여성보다 3배가량 많았다.

 

잇따른 이상동기 범죄로 시민 불안이 커지자 최근 지자체들은 선제적 대응을 위한 조례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달 8일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 시행을 공표했다. 조례에는 범죄 취약지역에 방범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 내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자율방범대와 서울서대문경찰서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을 강화하며 지역사회 전반의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구 서구도 지난달 10일 ‘대구광역시 서구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조례’를 시행했다. 조례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 및 대응 교육을 실시하고, 구청장이 대구서부경찰서와 범죄 예방 관련 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다만 조례 제정만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실질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동기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없고 범행 대상과 장소가 불특정한 경우가 많아 사전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 조례 역시 방범 시설 설치, 예방 교육,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등 행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즉각적인 범죄 차단 수단으로 작동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특히 범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 조명 등 물리적 안전 시설을 확충하더라도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범행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정신건강 위기자 관리, 고위험군 조기 발견, 경찰과 지자체 간 정보 공유, 피해자 지원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는 예측이 어려운 만큼 조례 제정을 넘어 지자체와 경찰,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상시적 예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공동체 치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