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3단체, ‘주호민 아들 사건’ 교사 무죄 탄원…2.4만명 연서명

항소심은 녹음파일 증거능력 배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무죄 탄원서를 제출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총·교사노조·전교조 등 교원 3단체는 최근 대법원에 A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에는 전국 유·초·중등·특수학교 교원 2만4000여명이 연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2년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당시 9세였던 주씨의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다” 등의 말을 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는 주씨 측이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음성파일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교실 내 음성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 녹음에 해당하는지, 해당 녹음파일을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으로 청취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취득한 내용은 재판이나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그동안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비공개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그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판례도 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도 문제의 녹음이 아동 본인의 대화 녹음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학부모가 녹음기를 설치해 교사와 학생 사이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제3자 녹음으로 볼 것인지다.

 

1심은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일부 발언이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서적 학대 해당성도 대법원 판단의 또 다른 쟁점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정서적 학대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자와 아동의 관계, 발언의 경위와 정도, 반복성, 아동의 연령과 발달 상태, 아동의 반응과 상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개별 교사의 형사책임 문제를 넘어 교육 현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영역”이라며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이를 근거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교실 내 신뢰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들이 상시 녹음 가능성을 의식하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며 “재판부가 교육활동의 본질과 교육 현장의 공익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