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시사법률>은 지난 12일 경기 여주시 소망교도소에서 김영식 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소장은 교정간부후보생으로 입직해 30년 넘게 국영 교정시설에서 근무했다. 소록도지소에서 시작해 군산교도소 등 10곳이 넘는 교정시설과 법무부, 법무연수원 등 중앙행정기관을 두루 거쳤으며, 서울동부구치소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2023년부터는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 제4대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교도소가 단순히 형벌을 집행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훈육과 통제만으로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렵고, 공감과 책임, 용서와 화해를 통해 수용자의 관계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소망교도소로 향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교정의 방향은 수용자 개인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족, 지역사회까지 함께 회복되는 ‘회복적 교정’이 앞으로 교정행정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오랜 교정 경험 끝에 소망교도소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1990년 교정간부후보생 33기로 임관해 교정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7년 법무부 교정국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1990년대 중반부터 기독교 교회와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민영교도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처음 국가형벌권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으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 실용경제 철학에 힘입어 민영교도소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반전의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훈육과 통제만으로는 중독 범죄자나 습관적 범죄자를 변화시키기 어렵고, 민간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저 역시 교정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이끄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그 과정에는 치열한 고민과 헌신이 이어져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 기독교 민영교도소가 생기면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고, 퇴직을 앞두고 기회가 생기면서 소망교도소에 오게 됐습니다.
Q. 소망교도소가 지향하는 ‘회복적 교정’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A. 소망교도소는 ‘거듭남과 회복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근본적인 변화와 회복을 돕는 교도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회복적 교도소’라는 점입니다. 몇 가지 회복적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도소 운영 전반을 회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운영 전반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시설과 환경, 직원과 자원봉사자, 수용자와 가족, 지역사회까지 모두가 회복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저는 자유를 박탈당한 것 자체가 이미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은 회복적이고 친사회적이어야 합니다. 사회와 단절된 차가운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열고, 스스로 변화와 회복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것이 기존 국영교도소가 회복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국 교도소마다 역할과 특성이 있고, 소망교도소는 그중에서도 교화와 영성 회복에 보다 집중하는 교도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수용자를 단순한 교화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이나 예배, 문화행사, 신입 수용자 교육 등에도 리더로서 훈련된 수용자들이 진행자 또는 보조강사로 참여합니다. 조장 역할부터 상담과 진행까지 자조모임 형태로 스스로 교화 주체로서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지요.
결국 교도소 생활에 잘 적응하는 친시설적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 스스로 책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친사회적 사람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소망교도소는 어떤 기준으로 수용자를 선발하고 있습니까.
A. 1차 선발은 법무부에서 진행하고, 소망교도소는 사실상 확인 절차를 맡고 있습니다. 선발은 종교 중립 원칙에 따라 운영됩니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변화 의지입니다. 교육을 받고 싶고, 범죄를 끊고 싶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가족 회복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망교도소는 가족 회복 프로그램을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수용자나 가족 관계 회복이 필요한 수용자들을 적극적으로 살펴보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관계가 이미 무너진 경우라도 회복의 가능성과 의지를 참작합니다.
설령 ‘면접교섭 대상자’라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자녀가 피해자인 경우 등으로 자녀를 만나지 못하는 수용자들입니다. 이들에게는 형기를 마치기 전에 가족인 피해자를 어떻게 재인식하고 공감해야 하는지 깨닫고, 진정한 사과와 책임 행동을 준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치료 전문가와 함께 출소 이후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입 때부터 함께 살펴보고 준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오는 6월부터 도입되는 피해자 공감 프로그램 ‘시카모트리’는 어떤 프로그램입니까.
A. 수용자들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감하고 마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피해자의 고통과 직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카모트리는 국제교도협회(PFI)가 개발한 회복 프로그램으로, 같은 유형 범죄의 피해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수용자들은 피해자의 경험과 고통을 들으며 자신의 범죄를 돌아보고, 이후 사죄 편지를 쓰거나 앞으로 어떤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 함께 논의하게 됩니다.
핵심은 자기 범죄를 축소하지 않고 피해자의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한 강의나 영상 교육이 아니라 실제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기 때문에 울림이 매우 큽니다.
다만 자신의 직접 피해자와의 만남은 아닙니다. 동종 범죄의 피해자 중에서 수용자 교화에 뜻을 가진 분이 용기를 내 참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도 2012년 서울남부교도소에서 한 차례 진행된 적이 있으며, 당시 제가 법무부 교화 사무관으로서 기획하고 참여했습니다. 직접 피해자는 아니더라도 수용자는 유사 범죄의 다른 피해자와의 직면으로도 큰 공감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망교도소에서는 약 2년간 준비해 왔고, 앞으로 수용자들이 책임과 회복의 의미를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Q. 앞으로 우리 교정행정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저는 교도소가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단순한 훈육과 통제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공감과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비로소 변화가 가능합니다.
교정행정 역시 인간에 대한 존중과 긍휼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세종대왕 시절 수용자에게까지 얼음을 나눠줬던 ‘휼형 사상’처럼 죄지은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긍휼히 여기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또 교정은 교도관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수용자 변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족, 지역사회 역시 회복 과정에 함께 꼭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교정은 사회 안전과도 연결됩니다. 재범이 줄어들면 사회적 비용도 줄어듭니다. 저는 교도소가 단순히 형벌을 집행함으로써 범죄 사건 결과를 종결하는 형사절차 개념을 넘어서, 진정한 사죄와 책임 행동, 그리고 회복으로의 여정을 통해 범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회복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