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해외 취업의 함정…강제동원 주장 판단 기준은

 

Q. 최근 해외 고수익 취업 광고를 보고 동남아로 출국했다가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강제로 동원됐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형법상 ‘강요된 행위’는 어떻게 판단되나요? 또 수사와 재판에서는 어떤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강제동원 여부를 확인하나요?

 

A. 최근 “동남아 콜센터 관리직”, “월 500만원 이상”, “숙식 제공” 등 고수익 일자리 광고를 보고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여권을 빼앗기거나 감금·폭행을 당했다는 사례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는 조직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함께, 실제로 강압적 상황에서 범죄에 동원된 사람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1. 형법 제12조 ‘강요된 행위’의 판단 기준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언만 보면 폭행이나 감금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면책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12조에서 말하는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단순히 두려움을 느꼈거나 현지 상황이 위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적법한 행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가 구체적으로 검토됩니다.

 

또 대법원은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삼되, 그 상황에 놓인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에 연루된 사건에서도 “속아서 출국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책임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국 경위, 현지 체류 과정, 업무 내용 인식 여부, 외부 연락 가능성, 이동 제한 정도, 폭행·협박의 구체성 등이 함께 살펴집니다.

 

2. 법원이 강제동원 여부를 살피는 주요 정황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에서는 강제동원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판단할 때 단순한 진술만이 아니라 객관적 정황을 함께 확인합니다.

 

우선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는 사정으로는 스스로 출국을 결정한 경위, 현지에서 급여나 인센티브를 받은 정황, 체류 연장이나 비자 재발급 과정, 귀국 전후 휴대전화 교체나 메신저 삭제 등 증거인멸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습니다.

 

반대로 강제동원 정황과 관련해서는 공항 도착 직후 여권을 압수당했는지, 외부 통신이 차단됐는지, 숙소 밖 이동이 제한됐는지, 탈출 시도 이후 폭행이나 재감금이 있었는지, 현지 의료기록이나 상해 흔적이 남아 있는지, 대사관·현지 경찰·외교 당국의 구조 또는 송환 기록이 있는지 등이 중요하게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은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는지뿐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 개별 관련자의 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강요된 행위로 처벌 자체가 부정되는 문턱은 높기 때문에, 법원은 피해자적 성격과 범죄 가담 정도를 구분해 살피는 경향을 보입니다.

 

3. 강제동원 주장은 왜 객관적 확인이 중요한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규모가 큰 중대 범죄입니다. 따라서 범죄조직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동시에 해외 취업 사기를 통해 사람을 유인한 뒤 여권 압수, 감금, 폭행, 협박으로 범죄에 동원하는 구조가 있었다면 그 실체도 정확히 밝혀져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주장보다 객관적 확인입니다. 해외 취업 광고와 모집 과정, 항공권·숙소 제공 경위, 여권 관리 여부, 현지 이동 제한, 폭행·감금 정황, 외부 연락 가능성, 외교공관이나 수사기관의 구조 기록 등이 함께 확인돼야 합니다.

 

이러한 확인은 특정인의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조직범죄의 모집 방식과 강제동원 구조를 밝히고, 실제 가담자와 강압적으로 동원된 사람을 구별하기 위한 형사사법 절차의 일부입니다.

 

4. 해외 고수익 취업 광고에 대한 예방적 주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급여를 제시하거나,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근무지와 고용계약서가 명확하지 않거나, 출국 전부터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경우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현지 도착 후 여권 제출을 요구하거나, 숙소 이동을 제한하거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하는 경우에는 즉시 외교공관이나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특히 “콜센터 관리”, “고객 응대”, “환전 업무”, “투자 상담”, “리딩방 운영 보조” 등으로 포장된 채용 공고가 실제로는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사기 조직 업무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는 회사의 실체, 현지 주소, 계약 내용, 비자 종류, 업무 범위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에서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는지는 단순히 “속았다”거나 “무서웠다”는 말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폭행·협박의 정도, 외부 도움 요청 가능성, 이동과 통신의 제한, 업무 인식 여부, 금전 수령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조직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강제동원 피해자 보호는 서로 충돌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수사와 재판은 범죄조직의 실체를 밝히는 동시에, 실제로 어떤 사람이 어떤 경위로 범죄에 관여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