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잠적에 멈춘 사기 재판…2일부터 불출석 선고 가능

피고인 2회 불출석 땐 재판 진행 가능
선고일 고지 뒤 불출석하면 판결 선고 가능

 

사기죄 처벌 강화를 위해 법정형을 높였던 조치가 형사재판 절차에서 예상치 못한 공백을 낳았다는 지적 속에, 이를 보완하는 불출석 재판 요건 완화 규정이 2일부터 시행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개정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촉법)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다. 개정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재판을 진행하거나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은 사기·준사기 등 재산범죄의 법정형 상향 이후 나타난 절차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지난해 12월 사기죄의 법정형 상한이 기존 10년 이하 징역에서 20년 이하로 상향되면서, 사기 사건은 소촉법상 ‘장기 10년 초과 사건’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출석을 거부할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거나 선고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됐다.

 

기존에는 사기죄가 불출석 재판 대상에 포함돼 피고인이 고의로 출석하지 않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재판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법정형 상향 이후에는 오히려 재판이 장기간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실형 가능성이 높은 피고인이 선고를 앞두고 잠적할 경우, 법원이 구인장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건 진행 자체가 멈추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을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에도 이러한 구조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로운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는 만큼, 일부 피고인이 선고와 확정을 지연시키기 위해 고의로 출석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개정된 소촉법은 민생 범죄를 중심으로 불출석 재판 요건을 완화했다.

 

개정된 법은 공판기일에 1회 이상 출석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불출석하면 그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변론종결기일에 출석해 선고일을 고지받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바로 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그 요건을 완화했다.

 

또 사기, 보이스피싱 등 민생 사건은 법정형과 관계없이 불출석 재판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피해 회복 지연을 막기 위한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법정형 상향 이후 드러난 절차상 공백을 보완하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사기죄 처벌 강화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었지만 재판 절차가 멈추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이번 개정은 피고인이 재판 진행 사실을 알고도 출석을 회피하는 경우 형사절차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