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내 폭행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수용자 간 폭행은 물론 자해·자살, 교정공무원 폭행 문제까지 이어지면서 교정행정 전반의 대응 체계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더시사법률>은 민영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이자 오산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병선 교수를 만나 교정시설 안전과 교정행정 개선 방향을 들었다.
38년간 서울구치소와 서울동부구치소, 수원구치소, 광주교도소, 제주교도소 등에서 심리치료와 사회복귀, 교정교육 업무를 맡아온 그는 현재 민영 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과 오산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교정시설의 안전은 철문과 감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하드웨어는 현대화하고, 휴먼웨어는 전문화하며, 소프트웨어는 과학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수용자 폭행을 줄이고 교정공무원을 보호하며 재범 방지와 국민 안전으로 이어지는 교정개혁의 핵심 방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반복되는 교정시설 폭행 사건의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A. 교정시설 내 폭행 사건은 겉으로는 수용자 개인 간 갈등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교정시설의 물적·인적·제도적 기반이 함께 한계에 이르렀다는 구조적 신호로 봐야 합니다.
과밀수용은 수용자 간 긴장과 충돌을 키우는 가장 근본적인 환경 요인입니다. 수용공간이 부족하면 폭력 성향이 있거나 갈등 관계에 있는 수용자를 적절히 분리하기 어렵고, 피해자를 즉시 보호하거나 가해자와 격리하는 데도 한계가 생깁니다.
노후 교정시설 문제 역시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는 차원에서만 볼 수 없습니다. 독거실과 분리수용 공간, 상담실, 의료처우 공간, 심리치료 공간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현대적 수용관리와 피해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또 고등법원과 고등검찰청이 설치된 권역에는 이를 뒷받침할 독립적인 구치 기능도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독립적인 구치 기능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교도소가 미결수용 기능까지 병행하게 되고, 그만큼 수용관리와 처우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형기 말기 수형자와 직업훈련 대상자, 사회 적응이 필요한 수형자를 위한 중간교도소 도입도 필요합니다. 이는 과밀수용을 완화하는 동시에 교정의 목표를 단순한 격리에서 실질적인 사회복귀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A. 정신질환 수용자와 경계선 지능 수용자 관리는 이제 교정시설 내부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정신건강·복지·형사사법 체계가 함께 감당해야 할 구조적 과제입니다.
펜로즈(Penrose) 가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신의료기관이나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교정시설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교정공무원 폭행 사건 증가 역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폭행과 자해·자살, 규율 위반, 돌발행동의 배경에는 정신질환과 인지기능 취약성, 충동조절의 어려움, 약물중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정신건강전문요원, 중독상담 전문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교정공무원은 계호뿐 아니라 출정과 이송, 상담, 민원, 의료 연계, 자살·자해 예방,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마약류 수형자 처우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력과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갈등을 중재하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예방 중심의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정공무원을 단순한 계호 인력이 아니라 위험관리와 위기개입, 정신질환·중독 대응, 갈등 조정, 피해자 보호, 사회복귀 지원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으로 양성해야 합니다.
Q. 마약류 사범은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마약 문제는 단순한 범죄 문제가 아니라 중독과 정신건강, 가족관계, 학교·직장 적응, 디지털 유통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힌 공중보건적·형사정책적 과제입니다.
예방과 조기 개입, 치료, 회복 유지, 사회복귀가 하나로 연결되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약물법원(Drug Court) 모델처럼 위험한 공급·유통 사범은 엄정하게 대응하되, 치료 가능성이 있는 사용·중독 사범은 치료와 회복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처벌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책임을 유지하면서 치료와 회복을 통해 재범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Q. 현행 교정행정 체계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입니까.
A. 현재 법원과 검찰은 고등법원·고등검찰청을 중심으로 6개 고등사법권역 체계로 운영되고 있고, 경찰은 18개 시·도경찰청 체계로 지역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교정행정은 여전히 서울·대구·대전·광주 4개 지방교정청 체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형사사법은 수사와 기소, 재판, 형 집행, 가석방, 보호관찰, 사회복귀로 이어지는 연속적 체계인 만큼 기관별 권역 기준이 서로 다르면 출정과 이송, 수용분류, 과밀수용 조정, 치료·재활, 보호관찰 연계 과정에서 행정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원고법·수원고검 신설 이후 수도권 남부의 사법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교정행정은 여전히 서울지방교정청 권역 안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방교정청 권역을 고등법원·고등검찰청 권역과 조화를 이루도록 재편하거나, 최소한 권역별 구치 기능과 출정·이송 조정 체계, 수용분류 및 치료처우 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교정행정의 제도적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까.
A. 아무리 시설을 확충하고 인력을 늘려도 수용자 분류와 피해자 보호, 위험관리, 정보공유 체계가 정밀하지 않으면 폭행 사건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죄명과 형기, 전과, 경비등급 중심으로 수용자를 관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폭력성과 정신질환, 마약류 중독, 조직 내 관계, 보복 가능성, 자해·자살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위험기반 분류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가칭 교정과학연구원 신설이 필요합니다. 수용자 폭행과 자해·자살, 과밀수용, 분류처우, 마약류 수형자 재범,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등을 데이터와 연구에 기반해 분석하고 정책으로 연결하는 기능이 마련돼야 합니다. 교정행정이 경험과 관행에만 의존해서는 복잡해지는 수용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논의되는 교정청 독립도 같은 맥락입니다. 교정청 독립의 핵심은 조직 명칭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과밀수용 해소와 노후시설 현대화, 구치 기능 보강, 정신질환·마약류 수용자 관리, 사회복귀 중심 처우에 필요한 인사와 예산을 현장 수요에 맞게 책임 있게 확보·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Q. 최근 논란이 된 교정시설 냉방시설 확대는 어떻게 보십니까.
A. 냉방시설은 특혜가 아니라 폭염 시대의 안전 인프라입니다. 교정시설은 다수가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폐쇄시설인 만큼 일반 주거공간보다 폭염에 더 취약합니다. 폭염은 건강 문제를 넘어 수용자 간 갈등과 규율 위반, 자해·자살 위험, 돌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은 심한 더위에 경한 죄수를 석방하도록 했고, 성종은 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약과 얼음을 내려 구휼하도록 했습니다. 수용자의 더위와 질병을 국가가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것입니다. 오늘날 냉방시설 확충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정공무원 역시 장시간 근무하는 만큼 폭염은 직무 수행 능력과 위기 대응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냉방시설 확충은 수용자 처우의 문제인 동시에 시설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수용거실에 일괄적으로 냉방시설을 설치하기보다 고령 수용자와 환자, 정신질환 수용자 수용공간 등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