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남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의 재판에서 피해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두려워했고, 두 사람의 관계가 친구라기보다 일방적 복종 관계에 가까웠다고 증언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지난 9일 오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성모 씨(35)의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성 씨는 지난 1월 14일 오후 3시 34분께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함께 살던 피해자를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렌터카 뒷좌석으로 피해자 시신을 옮긴 뒤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 인근 남한강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이날 공개 증인으로 출석한 배달 기사들은 성 씨와 피해자의 관계를 두고 “친구 관계로 보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증인 A 씨는 “두 사람은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처음부터 갑을관계처럼 느껴졌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욕설과 폭행 강도가 심해졌고 머리를 때리거나 발로 종아리를 차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A 씨는 “피해자는 성 씨만 보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며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반항하거나 대드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심하게 다친 듯한 사진이 기사들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뒤 동료들 사이에서 “둘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증인 B 씨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식이었다”며 “2년 정도 지켜본 느낌으로는 피해자를 노예 부리듯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봤다”며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때리지 말라고 말린 적도 있는데, 피고인은 ‘진짜 죽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B 씨는 2025년 여름 물놀이 당시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 모두 물 밖으로 나왔는데 피해자만 계속 물속에 있었다”며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피고인이 들어가 있으라고 해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원래 밝은 사람이었는데 2년 사이 웃음을 잃었다”며 “나중에 돌이켜보니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 씨는 앞선 첫 공판에서 살인 고의를 부인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다만 사체유기와 상해, 절도, 주민등록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 나머지 공소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범행 직후 성 씨가 지인과 통화하며 살해 사실을 언급한 녹취도 검찰에 제출된 상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유족 측은 최근 성 씨의 통화 녹취를 확보해 서울북부지검에 전달했다.
녹취에는 성 씨는 피해자를 별명 '또치'로 지칭하며 "또치는 진짜 쟤는 세상 살면 안 돼" "저 새끼 세상 살면 안 돼"라고 말했다. 통화 상대방이 자수를 권하자 성 씨는 자수 의사를 보이지 않고 해외 체류와 출국 가능 여부 등을 묻는 취지의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녹취와 주변인 증언 등을 토대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지배·폭행해 왔고, 범행 역시 단순 우발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봉경찰서는 양평소방서와 함께 지난달 27일부터 3일간 용담대교 일대를 집중 수색했지만 피해자의 시신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에는 잠수요원과 수색견, 경기도119특수대응단 등 하루 90~100명 규모의 인력이 투입됐다.
이날 공판이 끝난 뒤 성 씨는 방청석에 있던 유족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제가 죽인 건 잘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증인의 진술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했다.
성 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열리며,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