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였다” 주장했지만…법원은 ‘기망에 의한 편취’로 봤다

결혼중개 앱서 만난 60대 남성에게 5억여 원 받아
법원 “연인관계 빙자해 안심시킨 뒤 금원 편취”

 

결혼·재혼 중개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에게 이성적 관계를 빙자해 5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낸 50대 여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B 씨를 속여 25차례에 걸쳐 5억3500만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결혼·재혼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사이였다.

 

검찰은 A 씨가 B 씨의 재력을 파악한 뒤 연인관계를 맺고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봤다. A 씨는 B 씨에게 “외국계 회사에서 5억 원 상당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자금이 부족해 중단됐다. 3000만 원을 들이면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수사 결과 A 씨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거나 실제로 5억 원 상당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A 씨는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였고, 받은 돈을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쟁점은 A 씨가 받은 돈이 투자금이나 증여금인지, 아니면 기망에 의해 편취한 돈인지였다.

 

A 씨 측은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속인 것은 아니다”며 “외국계 회사 프로젝트나 카지노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받았거나, B 씨가 호의로 증여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좌거래 내역과 진술 내용 등을 근거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받아 다른 계좌로 다시 이체했는데, 그 계좌 중 상당수는 수사기관에서 이미 도박이나 사기 범행 관련 계좌로 등록됐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투자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금원을 차용했다고 인정한 점에 비춰 보면, 피해자로부터 호의로 금원을 증여받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단순히 투자금을 받거나 호의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결혼이나 이성적 관계를 내세워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돈을 편취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결혼이나 이성적 관계를 빙자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후 기망해 금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돈을 마련하는 과정도 양형 판단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요구하는 돈을 마련하려고 운행하던 택시를 판매하고,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A 씨는 1심 선고 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