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상 1심 재판 단계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약 71%에 이른다. 구속된 피고인과 가족 입장에서는 열 명 중 일곱 명이 실형으로 이어진다는 수치가 쉽게 체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구속은 곧 실형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속은 형벌이 아니라 형사절차상 강제처분이다.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 그 자체가 유죄의 증거가 되거나 형을 무겁게 하는 독립적인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구속 상태에 있다는 사정은 별도의 가중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구속됐다는 이유만으로 실형이 예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속 상태에서도 집행유예 선고는 법리상 가능하다.
문제는 구금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자료로 재판부를 설득하느냐에 있다.
구속 상태의 피고인에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선고 전까지의 시간을 단순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양형 판단은 선고 직전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 미결구금 기간은 반성, 피해 회복, 재범 방지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구속 상태를 양형상 고려될 수 있는 사정으로 정리하려면 몇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우선 구속으로 인해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통제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미결구금 기간 동안 피고인이 이미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중대한 고통을 감수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미결구금일수가 본형에 산입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제도다.
여기에 피해자와의 합의, 공탁, 치료 프로그램 참여, 단주·상담 계획, 가족의 관리·감독 계획, 출소 후 생활 기반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집행유예를 선택할 수 있는 명분은 단순한 선처 호소가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실제 노력과 재범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서 나온다.
한 사건에서도 이 같은 점이 쟁점이 됐다. 피고인은 음주 상태에서 택시 기사 등 운전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같은 유형의 범행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사안은 가볍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 도중 별건 수사까지 추가로 진행되면서 사건은 병합됐다. 동종 전력, 구속 상태, 병합 사건이라는 사정이 겹치면서 실형 선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재판에서는 구속으로 인해 도망과 증거인멸 우려가 일정 부분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 정리됐다. 동시에 구금 기간 동안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추진됐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자료로 제출됐다.
음주 문제가 범행의 배경으로 지적된 만큼 알코올 의존 문제에 대한 치료 계획과 단주 계획도 마련됐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한 양형 자료가 됐다. 가족들이 피고인의 출소 후 생활을 어떻게 관리하고 도울 것인지, 재범을 막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제시됐다.
병합된 사건은 불리한 요소였지만, 여러 잘못을 하나의 절차에서 정리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라는 점도 함께 설명됐다.
법원은 피고인의 동종 전력과 범행의 반복성, 병합 사건의 존재를 불리한 사정으로 봤다. 다만 피해 회복 노력, 반성 태도, 치료와 단주 계획, 가족의 관리·감독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했다. 그 결과 법원은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택했다.
구속 사건은 형사재판에서 가장 어려운 사건 유형 가운데 하나다. 구속이라는 사실만으로 피고인과 가족이 쉽게 체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구속은 결론이 아니다. 구속 이후에도 피해 회복, 합의 노력, 치료 계획, 가족의 관리 방안, 재범 방지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양형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기록과 자료다. 미결구금의 시간을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라 반성과 피해 회복, 재범 방지의 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감수한 구금의 고통 위에 다시 실형을 더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구속은 불리한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형사재판의 결론은 아니다. 선고 전까지 양형은 움직일 수 있다. 사건 이후의 태도와 준비된 자료가 마지막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