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가석방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사 중인 ‘추가 사건’이 예비심사 단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석방은 형기의 일정 부분을 복역했다고 자동으로 허가되는 제도는 아니지만,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까지 불리한 요소로 반영된다면 무죄추정 원칙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석방은 교정시설장이 예비심사 대상자를 선정한 뒤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법무부 장관의 최종 허가를 거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수형자에게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지, 미납 벌금이나 추징금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된다.
가석방 업무지침 제19조 제2항은 교정시설장이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에 대해 해당 검찰청에 수사·재판 중인 사건, 미납 벌금 또는 추징금 등이 있는지 문서로 조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가 사건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가석방 심사 배제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찰이나 법원 등 관계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의견을 회신하는지, 그 의견이 예비심사 단계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반영되는지는 수형자 입장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추가 사건이 있으면 가석방이 어렵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벌금이나 추징금 미납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유지만, 수사 중인 사건은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다.
그럼에도 관계기관 의견조회 결과가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수형자는 미확정 혐의 때문에 사회 복귀 기회를 제한받는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형자 A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에게는 2018년 제기된 별도 사건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은 상태였고, 수사 과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수형자 B씨는 횡령 혐의의 추가 사건이 있었지만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추가 사건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같은 결론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 불리하게 반영되고, 어떤 경우에는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구체적 기준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석방 대상자가 수사·재판 중인 사건이 있는 경우 관계기관 의견을 조회해 예비심사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검찰이나 법원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지, 의견 없음으로 회신하는지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추가 사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정당국이 일률적으로 예비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가석방 심사의 본질은 현재 복역 중인 형과 관련해 교정 성과가 있었는지, 사회에 복귀해도 재범 위험이 낮은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따라서 추가 사건을 고려하더라도 단순 수사 단계인지, 이미 기소된 사건인지,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인지, 장기간 처분이 지연된 사건인지 등을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사기관이 장기간 처분을 내리지 않은 사건이나 피의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사건까지 확정된 불리한 요소처럼 취급될 경우, 가석방 심사의 공정성과 납득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추가 사건을 가석방 예비심사에서 고려할 수는 있지만, 미확정 혐의가 사실상 확정된 불리한 사유처럼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간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이나 피의자가 혐의를 다투는 사건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관계기관 의견을 반영하더라도 기소 여부, 혐의 인정 여부, 처분 지연 경위 등을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가석방은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는 아니지만, 심사 기회가 제한되는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만큼 미확정 사건을 예비심사 단계에서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