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가석방 비리 의혹에도…제도는 그대로

재량 줄이고 기준 높여야
가석방 심사 객관화 필요

 

며칠 전 가석방 심사 도움과 수용생활 편의 제공을 내세워 수형자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교도관 비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해당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오래전 있었던 가석방 비리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2013년 무렵 한 교도소에서 가석방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일이 있었다.

 

내부에서는 법무부 본부 직원까지 연루됐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이 내용을 알게 된 P 소장은 가석방 비리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관장 모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해당 교도소 관할 지청장을 찾아가 자체 조사 관련 서류를 전달하려 했다. 본부까지 거론된 비리 의혹을 외부 수사기관에 알리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지청장은 당시 특검으로 파견돼 검찰청에 없었고, P 소장의 시도는 무산됐다.

 

그 당시 그 검사는 대쪽같이 곧고 정의로운 검사로 소문나 있었다. P 소장은 그 검사라면 가석방 비리를 바로잡아 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이후 P 소장은 직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끝내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 자리에 있던 필자는 가석방 제도를 둘러싼 내부의 불신과 무력감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가석방을 둘러싼 불신과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제도는 바뀌고 행정 환경도 달라졌지만, 수용자들이 느끼는 가석방 심사의 불투명성은 제자리다.

 

필자가 교정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본 가석방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 부족이었다.

 

현장에서는 심사 요건을 충족한 수용자가 모두 심사 대상자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가석방 담당 부서가 일정 인원을 추려 법무부 본부에 올리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용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대상자가 선별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용생활을 성실히 하고, 조사나 징벌 없이 지내며, 교육과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그 노력이 실제 가석방 심사에서 얼마나 반영되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어떤 이유로 제외됐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선 현장에서도 생활을 잘하는 수용자를 가석방 대상자로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담당 부서와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본 직원이 보기에는 충분히 기회를 줄 만한 수용자인데도, 최종 과정에서 제외되면 수용자뿐 아니라 직원들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구조에서는 수용자의 정당한 노력보다 담당자의 판단이나 주변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수용자와 가족이 특정 직원의 말이나 영향력에 기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의혹이 발생할 여지도 커진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교정 현장에서는 선시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시제도는 수용자가 성실한 생활, 교육 참여, 선행, 교정사고 예방 등 일정한 교정 성과를 보일 경우 형기를 일정 부분 줄여주는 제도다.

 

가석방처럼 심사 재량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보다 수용자에게 분명한 목표와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를 제시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공정한 보상이 수용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었다.

 

2003년 무렵 한 교도소장이 명심보감과 한자 교육을 포함한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 일이 있었다.

 

교육 성과가 높은 수용자에게는 가족 만남의 날 참여권 등 포상이 주어졌고, 조직폭력사범 등 이른바 제한사범에게도 예외 없이 기회가 부여됐다.

 

그러자 평소 교육 참여에 소극적이던 수용자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실제로 상당한 성과가 나타났다.

 

필자는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하는 수용자라면 누구에게나 그에 상응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도소 안에서 성실하게 생활한 사람은 출소 후에도 다시 사회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재심 사건을 많이 다뤄온 박준영 변호사도 억울한 사람의 재심을 검토할 때 먼저 교도관에게 그 사람이 수용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묻는다고 한다.

 

교정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사회복귀를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그러나 성실한 수용생활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변화의 동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가석방 제도를 둘러싼 불신과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면 더 이상 관행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교정본부의 위상 강화와 국민 신뢰 회복을 논의하려면 가석방 심사 과정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부터 높여야 한다.

 

직원 개인의 일탈이 끼어들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용자의 성실한 노력과 선행이 형기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시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제도 개선이 늦어질수록 가석방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