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당내 단합"·李 "외연 확장"…靑 오찬서 드러난 통합 구상

李 취임 후 첫 전현직 대통령 오찬
균형발전·남북관계도 폭넓게 동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민주 진영의 단합과 국민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당내 단합'을, 이 대통령은 '외연 확장'을 각각 강조하며 통합을 추진하는 우선순위에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전·현직 대통령 간 공식 오찬이다. 두 사람은 약 2시간 동안 오찬과 산책을 함께하며 국정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고, 특히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통합'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 통합을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규정하며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당내 단합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과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이 더 큰 단합을 이뤄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당내 결속을 먼저 다져야 국민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뿐 아니라 민주개혁 진영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대를 주문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반면 이 대통령은 내부 단합을 토대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통령은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 정부가 이제는 국가 전체를 책임져야 할 주요 세력이 됐다"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으고, 그 기반 위에서 구조적 다수를 향해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민주개혁 진영의 결집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면, 이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외연을 넓혀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읽힌다.

 

통합 문제와 함께 국가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 방안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서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한 서남해권 재생에너지 정책이 현재 투자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정부 때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많이 구축해 둔 것이 기반이 돼 RE100 산업단지와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가 그곳으로 가게 됐다"며 "이번 광주·전남 행사를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께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놓으신 덕분"이라며 "그 인프라가 없었다면 새롭게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적대시하고 의심했지만 결국 민주 정부의 성과가 새로운 결실로 이어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또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검찰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으며, 문 전 대통령은 국가 사법체계 전반의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속도감뿐 아니라 완성도도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피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조언을 요청했고, 문 전 대통령은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망가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 정부들이 해왔던 햇볕정책 등 남북 평화 공존 정책은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잘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건강과 국정 운영을 응원하는 덕담도 주고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건강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라며 건강을 당부했고, 이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일화를 언급하며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비공개 대화를 이어갔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두 사람이 수시로 소통하며 민생 회복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