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에서 수용자들의 상담과 교육, 사회복귀를 돕는 사람들 가운데 '법무부 교정위원'이 있다. 교정위원은 심리상담과 인성교육, 종교·의료·취업 지원 등 다양한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교정공무원과 함께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지원하는 민간 자원봉사자다.
심리상담사이자 교육학 박사인 임만옥 교정위원은 10년 가까이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여주와 화성, 평택, 홍성, 서산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 심리상담과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일기를 활용한 교육을 통해 수용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최근에는 10년간 교정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을 담은 ‘나는 법무부 교정위원입니다’를 출간했다.
그는 "교정은 사람을 대신 바꾸는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보려는 마음이 자랄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리는 과정"이라며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규율보다 한 사람으로 존중받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 교정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교정위원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A. 처음부터 교정시설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동료의 부탁으로 인성교육 강의를 대신 맡으면서 처음 교도소를 찾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교도소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공간이었고, '내가 정말 그곳에서 강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첫 방문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철문이 하나씩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 긴장된 공기, 처음 마주한 수용자들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마주한 것은 죄명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한 번의 강의는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여주교도소를 시작으로 화성과 평택, 홍성, 서산 등 여러 교정시설에서 심리상담과 인성교육을 이어왔고, 활동을 계속하던 중 추천을 받아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Q. 수용자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계십니까.
A. 교육 시간마다 '오감사(五感謝)'를 적어보게 합니다. 하루 동안 감사했던 일을 다섯 가지씩 기록한 뒤 다음 교육 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에는 숙제를 귀찮아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낸 것이 감사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면회를 와준 가족이 떠올랐다", "같은 방 사람이 커피를 타줘 감사했다"는 이야기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합니다.
감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소감문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억지로 글을 쓰던 분들이 어느새 스스로 감사를 찾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저는 그런 시간이 자신의 삶을 다시 마주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수용자들과 만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입니까.
A. 특정한 한 사람보다 반복해서 마주했던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던 분들이 어느 순간 먼저 인사를 건네고, 교육이 끝난 뒤 손편지를 전해주거나 "선생님, 또 언제 오세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제가 사인해 드린 책을 거실에서 함께 돌려봤다며 편지를 보내온 분도 있었습니다.
교육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강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교육하다 보니 저도 불편했고, 수용자들도 쉽게 다가오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운동화를 신고 편한 차림으로 현장을 찾습니다. 제가 편해야 교육도 자연스럽고 수용자들과도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용자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수용자들의 변화를 체감한 순간도 있었습니까.
A. 저는 누군가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교정시설에서 만나는 시간만으로는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시 살아보려는 마음이 움트는 순간은 여러 차례 지켜봤습니다.
변화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보다 스스로를 직면하기 시작하고, 오랫동안 외면했던 가족을 떠올리거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교육 시간에는 말없이 앉아 있던 분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거나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조심스럽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면 아주 작은 변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마음의 움직임이 새로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삶을 직면하고 책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Q. 최근 ‘나는 법무부 교정위원입니다’를 펴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교정시설을 오가며 보낸 10년 가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수용자를 만났지만, 교정시설 안에서 어떤 만남이 이뤄지고 어떤 변화가 시작되는지는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시간을 특별하게 미화하거나 감동적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상담실과 교정시설에서 보고 듣고 함께했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범죄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기보다 교정시설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교육과 상담을 통해 처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저는 그런 작은 변화들이 교정 현장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까.
A.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지금처럼 꾸준히 현장을 지키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제게 맡겨진 자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실하게 만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심리상담사이자 교육자로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을 이어가고, 교정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남아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생각입니다.
큰 변화를 만들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한 번의 만남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내일을 살아갈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람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현장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앞으로도 제가 변함없이 걸어가고 싶은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