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일찍 비우려 했더니 “7500만 원 내라”…중도해지 합의금 어디까지

장래 월세 수익 상실은 가정 중첩…
손해 확정됐다고 보기 어려워

 

직장 발령으로 전셋집을 계약 기간보다 일찍 비워야 하는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7500만 원에 달하는 ‘중도 해지 합의금’을 요구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4억 8000만 원 전셋집 중도 해지 위약금 7500만 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보증금 4억 8000만 원짜리 전셋집에 거주 중이였지만 회사 사정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였다”며 “임대인에게 계약을 중도에 해지해야 할 사정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주인에게 A 씨는 “복비와 각종 비용은 모두 부담하고 새로운 세입자도 직접 구해 최대한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제시한 조건은 예상 밖이었다.

 

A 씨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임대인은 계약 종료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7500만 원을 요구했다.

 

문서에 적힌 내역은 기존 계약 당시 발생한 중개보수와 도배·장판 비용, 교통비 등을 이유로 한 500만 원, 새 임차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이동 비용 등 200만 원, 임대인이 자체 산정한 계약 위반 위약금 2000만 원, 향후 월세 전환 기회를 잃게 되는 손실 4800만 원 등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4800만 원은 새 임차인이 향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임대인이 월세로 전환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 수익을 계산한 것이다.

 

임대인은 A 씨에게 “신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월세 200만 원씩 24개월 동안 받을 수 있는 수익을 잃게 된다”며 4800만 원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대인은 합의금을 현금으로 먼저 지급하고 공증 절차까지 마쳐야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A 씨는 “서울은 전세 품귀 현상이라 새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보증금도 올려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집주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전화로는 사정을 이해한다며 금전적인 보상만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 이런 문서를 보내왔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임대인이 요구한 금액이 곧바로 법적으로 인정되는 위약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계약을 기간 전에 끝내려면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합의금을 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계약서에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금액이 실제 손해 범위를 크게 넘는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800만 원으로 산정된 ‘월세 전환 기회 상실’ 부분은 쟁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월세 전환 가능성, 새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그로 인한 수익 상실이 모두 장래의 가정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장래에 월세로 전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현재 임차인에게 손해로 청구하는 방식은 손해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차인은 계약서상 중도해지 조항과 위약금 조항을 먼저 확인하고, 임대인에게 각 항목별 법적 근거와 실제 지출 증빙을 서면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합의가 필요하다면 보증금 반환일, 합의금 지급 시점, 추가 청구 포기 여부를 명확히 적고, 현금 선지급 요구가 있을 경우 보증금 반환과 동시에 정산되는 구조인지 신중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