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 아침, 사무실 책상 위에 통지서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6형제0000호. 처분요지란에는 짧게 여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더시사법률 임예준 기자를 상대로 제기되었던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고소 사건이 불기소로 종결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시작은 기사 한 편이었다.
더시사법률은 교정시설 수용자와 그 가족들을 상대로 한 불법 사건 알선, 이른바 '사무장 카페' 문제를 파헤쳐 왔다.
수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카페 뒤에 숨어, 담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구조였다.
접견 한 번, 서신 한 통이 아쉬운 수용자와 가족들에게 '좋은 변호사를 연결해 주겠다'며 접근해 뒷돈이 오가는 세계. 임예준 기자는 그 실태를 끈질기게 취재해 기사로 썼고, 나는 기사가 나갈 때마다 곁에서 법률 검토를 함께했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해명이나 반박이 아니라 고소장이었다.
보도의 당사자인 변호사는 임 기자를 상대로 잇달아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기사의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기자를 피의자로 만들어 취재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고소였다.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소식을 들은 날, 나는 곧바로 변호인 선임계를 냈다. 진실을 보도한 기자가 조사실에 앉아야 한다면, 그 옆자리에는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해당 변호사가 법무법인 계좌가 아닌 제3자 명의 계좌로 수임료를 받아 왔다는 자료가 확보돼 수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변호사법 위반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우리는 기사 한 줄 한 줄의 근거를 다시 쌓았다. 취재 경위, 제보 내용, 자료 확보 과정, 왜 이 보도가 필요했는지를 정리했다. 변호인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공익적 보도였다는 점도 의견서에 담았다.
경찰은 먼저 변호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공익적 목적의 기사로 보아 불송치 결정을 했다.
그러나 고소인 변호사는 “나는 알선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검찰 역시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불기소결정서의 이유였다.
검사는 임 기자의 글이 “변호사가 카페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고 그 운영에 관여하는 점을 비판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았다.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비방 목적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고소인 변호사가 지난 3월 카페를 통해 사건을 소개받는 대가로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광고마케팅 계약을 체결해 변호사법위반죄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 받은 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개시신청까지 이루어진 점도 결정문에 적시됐다.
처음 결정문을 읽을 때는 순간적으로 “임 기자가 변호사법 위반을 했다는 내용인가” 싶어 다시 읽어보기까지 했다.
불기소결정서는 보통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수사기관이 고소인의 별도 형사처분 사실까지 확인하고, 이를 결정 이유에 적시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는 이례적으로 고소인 변호사의 관련 형사처분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불기소결정서에 명시했다. 이는 고소인이 주장한 “알선을 받은 사실이 없다”, “기사가 허위다”라는 주장이 임 기자의 명예훼손 혐의 판단에서 핵심 쟁점이었다는 의미다.
검사는 임 기자의 기사가 왜 작성됐는지, 그 보도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고소인 측의 형사처분 사실까지 살펴본 것이다.
결국 결정문에 드러난 것은 임 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기사를 허위라고 주장하던 고소인 측의 실제 알선행위가 존재한 것이다.
이런 고소가 무서운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설령 무혐의로 끝나더라도, 고소를 당한 기자는 그 기간 내내 피의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출석 요구서 한 장에 잠을 설치고, 다음 기사를 쓸 때마다 자기검열의 유혹과 싸워야 한다. 고소하는 쪽은 바로 그 위축을 노린다.
그래서 이런 사건의 변론은 한 사람의 기자를 지키는 일인 동시에, 담장 안의 현실을 바깥세상에 전하는 통로 하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혐의. 이 세 글자를 받아내기까지 임 기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지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자료를 모으고, 밤늦게 나와 통화하며 억울함을 삭였다. “제가 뭘 잘못 쓴 걸까요.” 그 목소리를 기억한다. 나는 그때마다 말했다. 잘못 쓴 것이 아니라 제대로 썼기 때문에 고소당한 것이라고. 그러니 버티자고.
무혐의는 한 기자 개인의 결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정시설 안팎의 절박함을 이용한 불법 알선 구조를 보도할 필요가 있었다는 확인이기도 하다.
무혐의 통지서 한 장으로 모든 일이 끝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해당 카페를 둘러싼 사건 알선 구조와 제3자 명의 계좌를 통한 수임료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기자가 취재를 멈추고 언론이 침묵하면, 피해는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수사기관이 끝까지 실체를 확인해, 담장 안팎의 절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불법 알선과 브로커 영업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