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낮추면 끝?…전과·‘범죄학습’ 부작용 우려도

이 대통령, 중대범죄 1세 하향안 재검토 지시
13세도 형사처벌 대상 될 수 있어…유죄 확정 땐 전과
소년원 수용률 115.2%…법조계 “시설·전문인력 확충 먼저”

 

촉법소년의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촉법소년 사건 증가와 잇따른 강력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연령 하향만으로는 어린 소년을 형사사법 절차에 조기에 편입시켜 범죄경력과 낙인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성평등가족부로부터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와 제도 개선 권고안’을 보고받았다.

 

성평등가족부가 보고한 방안은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부분적으로 낮출 것이냐, 모든 범죄에 대해 전면적으로 낮출 것이냐, 1년을 낮출 것이냐, 2년을 낮출 것이냐의 범위에서 다시 토론하고 국민 의견도 수렴해달라”고 지시했다.

 

형사책임 연령 하향론의 배경에는 최근 늘어나는 촉법소년 사건 증가에 있다.

 

경찰이 소년부에 송치한 촉법소년 사건은 2019년 8615건에서 지난해 2만1095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만 10세 송치 건수도 지난해 2060건으로 2019년보다 4.3배 늘었다.

 

살인과 성폭력, 집단폭행, 마약 판매 등 피해가 중대하거나 반복성이 뚜렷한 범죄에는 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면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국회 토론회에서는 일부 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에 이용하거나 사회봉사와 보호관찰을 실질적인 제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촉법소년 송치 건수 증가를 강력범죄 증가와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 경찰은 촉법소년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 사건 가운데 9093건인 41.4%는 사안이 경미해 심리가 개시되지 않았다. 심리를 거쳐 보호처분을 하지 않은 불처분 사건까지 포함하면 별도의 처분 없이 끝난 사건은 전체의 48.8%였다.

 

현행 형법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형사재판이 아닌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처리된다.

 

촉법소년도 보호자 감호위탁과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아동복지시설 위탁, 소년원 송치 등 1호부터 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만 12세 이상에게는 최장 2년의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도 가능하다.

 

소년원 송치는 형사재판에서 선고하는 징역형과는 다르다.

 

소년원은 보호처분을 집행하면서 교과교육과 직업훈련, 인성교육, 의료·재활교육 등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이다. 보호처분은 형사 유죄판결이 아니어서 범죄경력이 남지 않는다.

 

반면 형사미성년자 기준이 만 13세 미만으로 낮아지면 현재 촉법소년인 만 13세도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

 

사건이 소년부로 송치될 수도 있지만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범죄경력이 남는다.

 

법조계에서는 어린 나이에 형사처벌 전력이 생기면 학교 복귀와 진학, 취업 등 사회 복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설 수용 과정에서 초범이나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소년이 반복적·강력 범행을 저지른 소년과 생활하면서 새로운 범행 수법을 접하거나 비행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법무부의 소년원 과밀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전국 10개 소년원의 연평균 수용인원은 1083명으로 정원 940명보다 143명 많았다. 평균 수용률은 115.2%였다. 소년원 수용률은 2023년 85.9%에서 2024년 110.4%로 높아진 뒤 지난해에도 정원을 초과했다.

 

소년원에서 집행되는 8∼10호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도 2021년 28명에서 지난해 182명으로 증가했다. 시설 과밀이 심화하면 소년별 교육과 심리치료, 재활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계에서는 형사책임 연령을 일률적으로 낮추기보다 범행의 중대성과 계획성, 반복성, 피해 정도와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형사절차 편입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병선 오산대 겸임교수(소망교도소 전문경력관)는 “형사책임 연령을 일률적으로 낮추기보다 범행의 중대성과 계획성, 반복성, 재범 위험성에 따라 대응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며 “중대·반복 범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초범이나 경미한 비행에는 치료와 교육 중심의 보호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령만 낮춘 채 현재의 과밀한 소년원에 수용한다면 교정·교육 효과보다 범죄학습과 낙인이라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소년원 과밀 해소와 전문인력 확충, 출원 이후 학교·가정 복귀 지원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