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도 경찰 불송치 이의신청…공익제보 사건 재수사 길 연다

무제한 허용 땐 반복 불복과 사건 지연 우려도
직접 피해자 없는 변호사법·부패 사건 한정해야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뿐만 아니라 고발인도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는 고발인에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로부터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과 피해자 등에게 이의신청권을 인정하면서도 고발인은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고소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지만, 고발인은 경찰 수사사건 심의를 신청하거나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 다시 고발해야 한다.

 

고발인이 이의신청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2022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에 따른 고발이 반복되고, 불송치 사건이 검찰에 자동 송치되면서 수사기관의 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개정안은 고발인에게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면 그 사실을 고소인과 고발인 등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수사를 요청하도록 했다.

 

다만 불송치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증거나 사실이 발견된 경우에는 90일이 지난 뒤에도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일선 경찰에서는 고발인까지 이의신청권을 갖게 되면 반복 고발과 형식적인 불복이 늘어나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고소인과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021년 2만5048건에서 지난해 5만3406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도 같은 기간 7508건에서 1만7122건으로 증가했다.

 

보완수사를 거쳐 불송치에서 기소로 결론이 바뀐 사건은 2021년 528건에서 지난해 1130건으로 늘었으며, 2023년 이후 매년 1000건을 넘어섰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고소·고발 사건 자체가 많은 상황에서 고발 사건까지 이의신청이 가능해지면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직접적인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공익범죄에서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호사법 위반이나 부패·환경·조세 범죄처럼 제삼자의 제보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되는 사건에서는 고발인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초 고발 당시에는 증거가 부족해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후 계좌 내역이나 녹취록, 계약서, 관련자 처벌 자료 등이 추가로 확보되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고발인이 새로 확보한 자료를 정리해 같은 범죄사실을 다시 고발해야 한다.

 

경찰이 새로운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 재고발 사건을 각하할 수 있어 고발인은 추가 자료의 취득 시기와 입증 취지,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에 해당하는 이유 등을 별도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한 공익제보자는 한 변호사와 브로커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건 알선행위를 고발했다가 경찰의 증거불충분 결정을 받았다.

 

이후 관련자들의 계좌 거래 내역과 계약서, 브로커들의 녹취 등을 새로 확보했지만 기존 사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없어 같은 범죄사실을 다시 고발해야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발인은 사건을 새로 접수하지 않고 기존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검찰은 기존 수사기록과 추가 자료를 함께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모든 고발 사건에 제한 없이 이의신청권을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적용 범위와 남용 방지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도입하더라도 동일한 사유에 따른 반복 신청을 제한하고, 새로운 증거나 수사 미진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해야 한다”며 “명백한 남용 사건을 걸러낼 수 있는 각하 기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패·환경·조세 범죄 등 공익적 성격이 강한 고발 사건부터 이의신청권을 인정하거나 새로운 증거가 제출된 경우로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