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촉법소년 논쟁이 다시 뜨겁다. 현행 「소년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소년범죄가 흉포화·반복화되고,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까지 확산되면서 형사책임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국민적 분노와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나이가 아니라 행위의 결과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눈물 앞에서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무게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다만 촉법소년 문제를 형사책임 연령 조정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형사미성년자 제도는 소년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판단 능력과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소년에게 성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묻기보다 보호와 교육을 통해 변화의 기회를 주자는 제도다.
문제는 이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처벌하지 않는 것이 곧 교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호처분이 상담과 치료, 교육, 가족 개입,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제도는 보호가 아니라 방치로 비칠 수 있다.
어린 사람을 성인과 똑같이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세종 12년인 1430년 기록에는 15세 이하와 70세 이상인 사람에게 살인이나 강도 등 중대범죄가 아닌 경우 구속과 고문을 신중히 하도록 한 취지가 나타난다.
형벌을 면제한 것이 아니라 나이와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고려해 절차를 달리 적용한 것이다.
현대 소년사법의 국친사상(國親思想·parens patriae)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 보호가 필요한 소년을 돌보고, 비행의 원인이 된 환경과 행동을 개선하도록 돕는다는 원리다.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식하고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국가가 교육과 보호의 책임을 다하자는 의미다.
소년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어린 시절의 잘못이 평생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되면 소년은 변화의 기회를 잃고 범죄 정체성에 갇힐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강하게 처벌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떻게 책임을 배우게 하고 사회로 복귀시킬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촉법소년 가운데는 일회성 비행에 그치는 소년도 있지만 가정 해체, 학대, 방임, 학교 부적응, 정신 건강 문제, 중독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범죄를 반복하는 소년도 있다.
같은 나이라도 범행의 위험성, 피해 정도, 재범 가능성, 보호자의 양육 능력과 회복 가능성은 다르다. 연령만으로 일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성장 과정에 있는 소년에게는 처벌보다 개선과 재사회화를 뜻하는 특별예방의 가치가 특히 중요하다.
소년사법의 목적은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책임을 깨닫게 하고 피해를 회복하며 다시 범죄로 돌아가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그렇다고 피해자의 고통과 국민 법감정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피해가 크거나 범행이 반복되고 폭력성과 계획성이 뚜렷한 사건에는 엄정한 개입이 필요하다. 다만 엄정함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밀한 진단과 신속한 개입, 보호관찰 강화, 치료·교육 명령의 실효성 확보, 피해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소년원 과밀수용을 줄이고 6호 보호처분의 기반을 확충하는 일도 중요하다.
소년원은 집중적인 시설 처우가 필요한 소년에게 필요한 기관이지만 모든 소년 문제를 수용 중심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소년원 송치와 원가정 복귀 사이에는 보호와 치료, 교육을 제공하는 중간처우가 필요하다.
그러나 6호 보호처분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치료시설은 전국적으로 10곳 안팎에 불과하고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다. 관련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소년은 생활권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호자 면담과 가족 상담, 부모 교육, 학교 복귀, 지역사회 자원 연계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6호 보호처분 시설은 단순한 수용 공간이 아니라 치료와 교육, 가족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기반의 회복 거점이 돼야 한다.
처벌은 하나의 사건을 끝낼 수 있지만 교정과 보호는 범죄의 악순환을 끊는 일이다. 소년기에 적절한 개입을 받지 못한 비행은 성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책임 교육과 치료, 회복의 기회가 제공되면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촉법소년 논쟁의 본질은 형사책임 연령을 낮출 것인지에만 있지 않다. 책임을 묻되 회복의 문을 닫지 않는 균형이 중요하다. 엄정함은 필요하지만 낙인은 답이 아니며, 보호는 필요하지만 방치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논쟁이 연령 기준을 둘러싼 공방을 넘어 위기 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며,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소년사법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