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백을 강요하고 피의자를 몰아세우는 수사보다 DNA와 데이터, 객관적 증거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수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과학적 조사기법이 발전했다고 해서 모든 조사 과정이 공정해진 것은 아니다. 보험업계에서 운영하는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보험범죄 특별조사팀)를 둘러싼 논란도 그중 하나다.
SIU는 허위 입원이나 고의 사고 등 보험사기를 조사하는 조직이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범죄인 만큼 전문적인 조사와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는 보험사기 적발이라는 명분 아래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다.
SIU에는 전직 경찰 등 수사 경험을 가진 인력이 다수 근무한다. 이들은 현직 시절 익힌 조사 기법과 경험을 보험사 내부 조사에 활용한다.
경찰 수사는 공익을 위한 국가권력의 행사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과 손해율을 관리하는 민간 기업이다. SIU 조사 역시 보험금 지급 여부와 회사의 손실 관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보험금을 청구한 소비자가 보호받아야 할 계약 당사자라기보다 지급 필요성을 검증받아야 할 대상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치료와 청구가 정당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보험사가 특정 진료나 치료를 과잉 진료로 의심하며 가입자와 의료기관을 함께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치료의 필요성과 적정성은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의 판단, 진료기록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전문 영역이다. 보험사의 내부 기준만으로 이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조사 과정에서 “정말 치료가 필요했느냐”, “병원과 사전에 협의한 것 아니냐”, “지금 인정하면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는 식의 질문을 받았다는 소비자들의 호소도 나온다.
SIU에는 수사기관과 같은 법적 강제권이 없다. 그럼에도 전직 수사관이라는 경력과 조사 분위기가 결합하면 일반 소비자는 상당한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
소비자가 당황한 상태에서 질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내용을 인정하거나 확인서와 합의서에 서명하면 이후 보험금 분쟁이나 형사절차에서 불리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의료 행위의 적정성이나 보험약관의 적용 범위는 일반인이 현장에서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조사자의 설명만 듣고 사실관계나 법적 책임을 섣불리 인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보험사기는 엄정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다만 보험사기 대응을 이유로 정상적으로 치료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가입자까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는 정보력과 대응 능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보험사는 전문 조사 인력과 법무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조사 절차와 보험약관, 의료적 판단 기준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SIU 조사를 받게 됐다면 질문에 즉시 답하거나 서류에 서명하기보다 조사 목적과 근거, 제출 자료의 범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억이 불분명한 내용은 추측해서 답하지 말고 진료기록과 보험계약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할 필요가 있다.
보험 소비자는 조사 대상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 당사자인 만큼 위압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불리한 진술이나 서명을 남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