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자녀 보호를 위한 형집행법 개정과 향후 과제

교정·복지 연계체계 구축해야
제도 안착 위한 후속조치 필요

 

형사사법 정의는 범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과 형 집행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범죄자가 아닌 가족, 특히 미성년 자녀가 겪는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정서적 방임은 오랫동안 사법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부모의 수용으로 홀로 남겨진 자녀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생계 위협과 정서적 불안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국가 형벌권 행사에서 발생한 부수적 피해이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현대판 연좌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개정돼 올해 12월 24일 시행을 앞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은 한국 교정행정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개정법은 법률상 처음으로 ‘수용자 자녀’의 개념을 명시하고, 신입 수용자의 자녀 양육환경 조사와 지방자치단체·공적 복지체계 연계, 접견 지원, 가족관계 회복 노력을 교정기관의 의무로 규정했다.

 

교정행정이 수용자의 격리와 교화에 머물지 않고 복지와 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책임을 확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해서 제도가 저절로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시행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정 현장과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법은 수용자 자녀 지원의 기본 원칙과 법적 근거를 마련했을 뿐, 현장에서 적용할 세부 업무지침과 실행체계는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정당국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일선 교정시설이 새롭게 담당할 업무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신입 수용자가 입소할 때 자녀 유무와 양육 상태를 어떤 항목으로 조사할 것인지, 수용자가 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사실을 숨길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조사 결과를 어떤 절차와 시점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통보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행 초기 행정 혼선과 복지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용자 자녀 보호제도의 핵심은 연계성과 지속성이다. 교정기관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발굴하는 관문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인 주거·생계·의료·학업 지원은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한다.

 

법무부와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 체계와 상시 연락망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국회 간담회 등에서 학계와 민간 전문가들이 관계기관 협력체계 구축을 강조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현재 일선 교정공무원들은 과밀수용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 양육환경 조사와 사후 관리라는 전문적인 사회복지 업무까지 기존 인력에게 맡긴다면 조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기존 교정 업무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교정시설에 사회복지 또는 상담 역량을 갖춘 수용자 자녀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관련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개정법의 또 다른 축은 가족관계 회복과 접견 지원이다. 부모의 수감으로 인한 아동의 정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동 친화적인 접견 환경이 필요하다.

 

철창이나 유리벽을 사이에 둔 접견에서 벗어나 부모와 자녀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족접견실을 확충하고, 접견 시간과 횟수도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수용시설을 지정할 때 자녀의 거주지를 고려하는 기준도 조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물리적 거리가 가족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4만5000회가 넘는 현장 지원 경험을 축적한 ‘아동복지실천회 세움’과 같은 민간 전문기관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공공기관이 미처 담당하기 어려운 사례 관리와 심리·정서 지원은 민간의 경험을 활용하고, 국가는 이를 제도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용자 자녀를 보호하는 것은 수용자에게 특혜를 주는 복지가 아니다. 부모의 범죄로 방치된 아이들이 사회적 소외 속에서 비행과 범죄의 굴레에 빠지는 것을 막는 사회방위 정책이자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인권 행정이다.

 

2026년 12월 개정 형집행법의 시행은 우리 교정행정이 처벌 중심의 형 집행을 넘어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제도로 나아갈 기회다.

 

법무부와 교정당국은 남은 기간 현장의 혼선을 줄일 하위 법령과 업무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도 전담 인력 배치와 예산 편성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부모의 죄로 인해 눈물 흘리며 복지 사각지대에 버려지지 않도록 조속히 촘촘한 이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오늘날 교정복지행정이 완수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자 정의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