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와 과도한 주택 매입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출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 집값을 떠받치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대출 문턱을 급격히 높이면 월세 전환과 보증금 반환 불안이 커질 수 있어 실수요자 보호와 단계적인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 계층에 대한 지원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대출 규제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갭투자에 유입되는 자금을 줄이는 데 있다.
갭투자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해 실제 투입하는 자기자본을 낮추는 방식이다. 전세대출이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을 뒷받침하면 임대인은 더 높은 보증금을 받아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의 사회적 비용과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1% 상승할 때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0.655%, 갭투자가 1% 증가할 때는 0.14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목적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면 적은 자기자본으로 여러 채를 사들이는 수요를 억제하고, 무주택 세입자와 청년·신혼부부 등 실거주 계층에 정책 지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도 전세대출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세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금리 상승이나 전셋값 하락 때 차주의 상환 부담과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이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일반 전세자금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인 DSR을 적용하되 저소득층에는 예외를 두고, 전세보증금이 적정하게 책정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5.2%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광주는 74.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보증금이 주택 매입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대출 규제에 따른 충격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갭투자 억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출을 급격히 축소하면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한도가 줄어 세입자가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 보증부 월세나 순수 월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임대인 역시 전세 수요 감소를 예상해 월세 계약을 선호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대출을 갑자기 조이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집주인은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되거나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가 줄더라도 전셋값이 곧바로 하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임대인이 월세로 전환해 전세 물량 자체가 감소하면 남은 전세주택에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문제도 변수다. 임대인이 신규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신규 대출이 갑자기 제한되면 반환 지연이나 경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1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이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세대까지 투자 수요와 동일하게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입자가 부족한 보증금을 신용대출이나 고금리 대출, 가족 간 차입으로 충당할 경우 전체 부채는 줄지 않은 채 이자 부담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세대출 규제가 갭투자 수요와 집값 상승 압력을 일부 낮추더라도 단일 대책만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대출 수요를 억제하더라도 선호 지역과 신축 아파트에 매수세가 집중될 수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이동하면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른 가격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무주택 실수요자와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되 다주택자의 투자 목적 대출부터 선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기존 계약에는 경과 규정을 두고 신규 계약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반환보증과 긴급 금융지원 등 보증금 반환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규제의 성패는 대출 총량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갭투자 자금은 차단하면서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과 보증금 회수는 보호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공급 확대와 임대차시장 안전장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전세 물량은 줄고 세입자의 월세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