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여주교도소장 박진홍 교수 “교정은 수용자 관리 넘어 국민 안전 지키는 일”

36년 교정 현장 경험…"교정은 변화의 과정"
수용자 자녀 보호, 지속 가능한 연계 필요성
교정청 설립으로 수용·사회복귀 체계 갖춰야

 

교정은 흔히 수용자를 격리하고 통제하는 일로 인식된다. 그러나 박진홍 서정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겸임교수는 교정의 본질은 통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변화는 처벌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 교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1988년 청송제1보호감호소에서 교도관 생활을 시작한 박 교수는 법무부 분류심사과장과 대전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 여주교도소장 등을 거치며 36년간 교정 현장을 지켰다.

 

분류심사와 사회복귀, 교정시설 운영, 정책 업무를 두루 경험한 그는 재직 중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과밀수용과 마약·고령 수용자 증가, 수용자 자녀 보호 등 교정행정의 과제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박 교수는 교정공무원의 전문성 강화와 지역사회 연계가 재범 방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정청 설립을 통해 수용과 치료·재활, 사회복귀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36년간 교정 현장을 지킨 뒤 현재는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십니다. 퇴임 후에도 교정복지를 연구하고 교육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1988년 청송제1보호감호소에서 교도관으로 임용된 뒤 법무부 분류심사과장과 대전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 여주교도소장 등을 거치며 36년간 교정 현장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수용자가 변화하고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의 변화는 처벌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 번의 진심 어린 상담과 신뢰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장면도 여러 차례 경험했고, 그때부터 교정의 본질은 사람을 이해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직 중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는 서정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에게 교정복지의 가치와 현장 경험을 전하고 있습니다. 교정의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일 역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교회 장로와 행복을나누는복지법인 이사로 활동하며 지역사회 복지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과 교육을 잇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Q. 분류심사와 사회복귀, 시설 운영, 정책 업무를 두루 경험하셨습니다. 현장에서 바라본 교정행정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A. 과거 교정행정은 수용자의 격리와 보안·통제에 무게를 뒀다면, 지금은 과학적인 분류심사와 심리치료, 맞춤형 직업훈련 등 개별 처우와 사회복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2023년 법무부 분류심사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경기대학교와 함께 재범위험성 평가도구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었습니다. 수용자의 범죄 경력과 심리적 특성 등을 분석해 개인별 처우 계획을 수립하고, 획일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맞춤형 상담과 교육,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설 안에서의 교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출소 이후 주거와 일자리, 심리 지원이 이어져야 변화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교정행정은 처벌을 넘어 지자체와 복지기관, 민간단체가 함께하는 회복적 사회복귀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Q. 과밀수용과 마약사범, 고령 수용자 증가 등 교정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정공무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지금의 교정현장은 보안과 통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마약 중독 치료와 고령 수용자 돌봄, 정신질환자 관리, 과밀수용에 따른 갈등 조정 등으로 교정시설은 이제 의료와 복지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교정공무원도 수용자의 심리와 특성을 이해하고 상담과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보안 역량은 기본이지만, 마약 재활과 심리상담, 고령 수용자 관리 분야의 전문교육을 강화하고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 등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체계도 확대해야 합니다.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합니다. 고위험 수용자를 지속적으로 대면하는 만큼 심리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이는 결국 수용자 처우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Q. 개정 형집행법으로 수용자 자녀 보호가 교정행정의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교수님도 최근 칼럼을 통해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계기관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교정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부모가 구금됐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잘못 없는 자녀가 생계와 돌봄의 위기에 놓여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계와 관리입니다.

 

대전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아동복지실천회 세움과 함께 수용자 가정을 방문하고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상담과 돌봄을 지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부모의 부재가 자녀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 경험은 교정의 역할이 수용자 개인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다만 교정기관이 직접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용자 입소 초기부터 자녀의 양육환경과 생계 상황을 파악해 위기 징후가 확인되면 지자체와 관계기관으로 신속히 연계하고, 필요한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복지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의 수형 사실 때문에 자녀까지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Q. 개정 형집행법이 교정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시행되려면 어떤 준비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입니다. 신입 수용자의 자녀와 양육환경을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고, 위기 징후가 확인되면 지자체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지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세부 기준이 없으면 시설마다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혼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국 교정시설이 동일한 기준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지침과 사전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전담 인력과 예산 확보도 필수입니다. 사회복지와 상담 역량을 갖춘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교정기관과 지자체, 관계기관이 상시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야 제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습니다.

 

Q. 교정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정청 설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A. 교정청 설립은 더 이상 논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과밀수용과 마약·고령 수용자 증가, 정신질환자 관리, 수용자 자녀 보호 등 교정행정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조직 체계만으로는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교정본부는 법무부 내 여러 기능과 함께 인력과 예산을 운영하고 있어 교정 현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교정청이 독립된 외청으로 출범하면 교정 전문가 중심의 정책 결정과 전문 인력 확충, 직원 처우 개선, 치료·재활 프로그램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조직 확대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현재는 교정시설에서 수립한 사회복귀 계획이 출소 이후 보호관찰 단계까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정청은 수용부터 치료와 재활, 출소 후 보호관찰까지 연속적인 처우 체계를 구축해 재범을 줄이고 국민 안전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Q. 최근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교도관 폭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용자의 공격성을 예방하고 교정공무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어느 한 가지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현장에서 보면 수용자의 분노는 심리적 압박과 처우 불만, 소통 단절이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후 제재보다 입소 초기부터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심리검사와 면담을 통해 공격성과 정신건강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과 치료, 생활동 배치 등을 달리하는 맞춤형 처우가 이뤄져야 합니다. 임상심리사와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과의 협업을 강화해 고위험 수용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도 필요합니다.

 

직원 보호 역시 중요합니다. 폭행 피해를 입은 교도관에 대한 법률·심리 지원과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하며, 교도관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어야 안정적인 처우와 교정시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후배 교정공무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저 역시 같은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후배 교정공무원들의 책임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 수용자의 폭언과 위협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모든 교정공무원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정은 수용자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변화를 돕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동시에 타인을 돌보는 공직자이기 전에 자신의 마음과 건강도 돌봐야 합니다. 힘들 때는 혼자 견디기보다 조직과 동료의 도움, 심리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교정의 선배이자 교육자로서 저 역시 후배들이 더 안전하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계속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