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변호사가 교정시설 수용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금지물품 반입에 가담하거나, 출소 뒤 거액을 지급하겠다는 말에 속아 금전적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 수 증가와 수임 경쟁으로 사건 한 건이 절실해진 일부 변호사가 수용자의 사기에 사건을 맡거나, 선임계약 해지를 우려해 법률사무와 무관한 요구까지 받아들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변호사 A씨는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B씨로부터 재심 사건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자신이 1800만 유로 상당의 수표와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임료를 출소한 뒤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B씨는 재심 사건뿐 아니라 출소 이후 진행할 민사소송과 해외 자산 회수 사건도 추가로 맡기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A변호사는 외부에 있는 B씨의 지인으로부터 수표를 전달받았고, B씨 측은 수임료 지급 약속을 뒷받침한다며 공정증서까지 작성했다.
A변호사는 공증 비용 300만원도 직접 부담했다.
실제 A변호사가 본지에 제공한 공정증서에는 재심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변호사 수임료 22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B씨는 재심 사건 진행에 필요한 자료 제공과 협의를 미루면서도 A변호사에게 수차례 영치금 입금을 요구했다.
A변호사는 B씨가 제시한 고액 수표와 출소 후 수임료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여러 차례 영치금을 대신 입금했다.
이후에도 요구가 계속되자 의심을 품고 수표의 진위를 확인했고, 해당 수표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용자의 제안을 믿었다가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수임료 미지급이나 비용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선임계약 유지와 추가 사건 수임을 미끼로 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변호사가 금지물품 반입에 가담해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천안교도소에서는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수용자에게 휴대전화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가 경찰 수사를 받고있다.
휴대전화를 받은 수용자는 교도관의 검신을 피하기 위해 속옷에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 기기를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광주교도소에서는 한 변호사가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전자담배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변호사 수 증가에 따른 수임 경쟁 심화가 지목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한 ‘2026년 국내 전문자격사 현황’에 따르면 등록 변호사는 3만823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변호사 업무에 종사하는 개업 변호사는 3만2168명으로, 전체 등록 변호사의 84.1%를 차지했다.
변협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6.97건에서 2022년 1.05건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일반 사건을 기준으로 월평균 수임 건수가 한 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수용자가 법률사무와 무관한 요구를 거절한 변호사에게 대한변협이나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진정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부 수용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허위 내용으로 진정을 넣겠다고 압박한다”며 “진정이 결국 기각되더라도 변호사가 직접 경위서를 작성하고 접견 자료와 사건 기록을 정리해 소명해야 하므로 정신적·육체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 대응으로 업무가 마비되거나 의뢰인과의 갈등이 커질 것을 우려해 부당한 요구를 들어준 뒤 혼자 속앓이하는 변호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수용자의 수임료 지급 능력을 수임 전에 확인하고, 변호사가 의뢰인과 금전 거래를 하거나 법률사무와 무관한 요구를 받지 않도록 내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A변호사는 현재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