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 만에 20% 넘게 폭등하며 국내 증시가 급반등했지만,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주 장기 투자자들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는 외국인 자금이 집중된 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입증하지 못한 플랫폼주는 반등장에서조차 소외되는 종목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6.81% 오른 2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29.95% 상승한 171만8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3조5883억원, 삼성전자를 2조103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반면 대표 플랫폼주인 카카오는 같은 날 3.46% 오른 3만7400원에 장을 마치는 데 그쳤다. 2021년 6월 기록한 장중 최고가 17만3000원과 비교하면 약 78% 하락한 수준이다.
직장인 A씨는 2021년 카카오 주가가 14만원대일 때 종잣돈 1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의 성장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상장 기대를 바탕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주가가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자 A씨는 가격이 내려갈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섰다.
반등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에 전세보증금으로 마련해 둔 자금까지 투입하면서 카카오 주식에 들어간 돈은 모두 5억원으로 늘어났다.
카카오 주가는 이후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7만원과 5만원 선마저 무너졌다. A씨가 처음 투자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주가는 여전히 3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A씨는 다른 종목들이 급등할 때마다 보유 종목을 바꿔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를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부담과 언젠가는 최초 매입가격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떨어질 때마다 샀지만…성장 전망 달라지면 손실 확대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장기 부진에 플랫폼 규제 강화와 콘텐츠 사업의 성장 둔화, 계열사 기업가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주들이 AI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성과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고와 커머스 사업이 일부 개선되더라도 콘텐츠 부문의 부진과 사업 재편 비용을 상쇄할 새로운 수익원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적 가시성의 차이는 최근 반도체주와 플랫폼주의 엇갈린 주가 흐름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급락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AI 반도체와 메모리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반도체주 상승과 낙폭 과대 인식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두 종목에 집중됐다.
반면 카카오는 AI를 비롯한 신사업이 언제부터 유의미한 이익을 낼 수 있을지를 시장에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서 반등 폭도 제한됐다.
기업의 성장성과 실적 전망이 달라진 상황에서는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매수에 나설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A씨처럼 같은 종목을 추가로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는 기업의 성장 전망이 유지될 경우 평균 매입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실적 전망이나 투자 판단의 전제가 달라졌는데도 특정 종목의 비중만 늘리면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가 자신의 평균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주가 회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 가격은 개인의 매입가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이익과 성장성, 투자자 수급 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추가 매수나 보유 여부를 판단할 때는 최초 매입가격이나 누적 손실보다 기업의 이익 전망과 기존 투자 판단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