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사건은 텔레그램과 다크웹, 랜덤채팅 등 익명성이 강한 공간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특성상 일반적인 수사만으로 범인을 특정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수사관이 구매자로 가장해 판매책에게 접근하거나, 이미 체포된 피의자와 정보원을 활용해 상선과 공급망을 추적하는 위장거래 수사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대법원은 함정수사를 크게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한다. 이미 마약을 판매하거나 투약할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거래 기회를 제공해 범행을 적발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적법한 기회제공형 수사로 평가된다.
반면 수사기관이나 수사기관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람이 친분관계를 이용하거나 반복적인 부탁과 설득, 심리적 압박, 금전적 유인 등을 통해 본래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범행을 결심하게 했다면 위법한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도 2007년 판결에서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해 범죄를 실행하게 한 뒤 공소를 제기한 경우 그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면 일부 증거가 배제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하다고 평가돼 공소기각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 역시 위법수집증거로 판단돼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어 함정수사의 적법성은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된다.
다만 실무상 법원은 마약 범죄의 은밀성과 조직성을 고려해 상당수 위장거래를 적법한 기회제공형 수사로 판단하고 있다.
피고인이 이전부터 마약을 취급했거나 동종 전력이 있는 경우, 판매 의사와 공급 능력을 갖추고 거래 조건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접근 이전부터 범의가 존재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함정수사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는 수사기관이 먼저 접근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피고인이 접근 이전부터 마약을 구하거나 판매하려 했는지, 실제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거래 조건을 먼저 제시하거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범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수사기관이나 유인자의 반복적인 요구와 압박 때문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유인자와 수사기관의 관계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유인자가 수사기관의 지시나 통제를 받아 피고인에게 접근했는지, 수사기관이 범행 유도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유인 행위가 단순한 거래 제안을 넘어 범행 결심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함정수사의 적법성 문제는 마약 피고인 개인의 처벌 여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이미 존재하는 범죄를 적발하는 범위를 넘어 범죄를 만들어 내는 단계까지 개입할 경우 국가형벌권의 한계와 적법절차 원칙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기반으로 한 마약 거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위장수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판매망과 공급책을 추적하기 어려워지고 마약 유통을 차단하는 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함정수사에 관한 법적 기준은 마약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할 공익과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범죄 유발을 막아야 할 기본권 보호 사이에서 설정돼야 한다.
최근 마약 거래는 대면 방식에서 텔레그램과 다크웹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대금 지급도 차명계좌를 넘어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될수록 수사기관 역시 위장거래와 디지털 추적 등 새로운 수사기법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위장수사의 필요성뿐 아니라 개입 범위와 방식, 유인 과정에 대한 기록을 구체적으로 남겨 사후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법원도 피고인의 기존 범의와 수사기관의 개입 정도를 개별 사건별로 면밀히 심리해 적법한 범죄 적발과 위법한 범죄 유발의 경계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함정수사에 대한 엄격하고 일관된 기준은 적법절차를 보장하는 동시에 마약 유통망에 대한 수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가 된다.
마약 범죄가 더욱 은밀하고 조직적인 형태로 변화하는 만큼 수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면서도 국가가 범죄를 유발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제도적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