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앞두고 독립운동가 조롱 영상 재확산…현행법 처벌은 ‘공백’

단순 희화화는 사자명예훼손죄 적용 한계
악의적 반복 제작·수익화 행위 별도 제재 필요

 

광복절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독립운동가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한 게시물이 다시 공유되면서 인공지능(AI)을 악용한 고인 모독 콘텐츠의 처벌 공백이 지적되고 있다.

 

4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지난 2월 말과 3월 말 틱톡에 게시됐던 ‘유관순 방귀 로켓’과 ‘안중근 방귀 열차’ 영상의 캡처본과 재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유관순 열사를 소재로 한 영상에는 열사의 사진을 로켓에 합성하거나 방귀를 뀌는 모습, 일장기에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열차와 풍선 등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합성한 영상 5개도 게시 당시 누적 조회 수 약 13만회를 기록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3월 틱톡코리아에 삭제를 요청했고, 틱톡 측은 해당 게시물과 계정을 삭제했다. 그러나 플랫폼의 삭제 조치와 별개로 제작자를 형사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사람은 생존한 자연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미 사망한 독립운동가를 비하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더라도 모욕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사망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형법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죄도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성립하며,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영상에 방귀나 로켓, 열차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장면만 담겼다면 구체적인 사실의 전달보다는 조롱이나 경멸적 가치판단에 가깝다.

 

그러나 사망자는 모욕죄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구체적인 허위 사실도 제시되지 않았다면 사자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영상이나 자막이 특정 독립운동가의 친일 행적이나 범죄 전력 등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하고, 그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달라야 한다. 단순히 불쾌하거나 모욕적인 표현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작자에게 허위성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다만 제작자가 해당 내용이 거짓이라고 확정적으로 알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게시하는 등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결과를 용인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사자명예훼손죄에서도 적시된 내용 전체의 취지를 기준으로 허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세부 내용이 일부 다르거나 다소 과장된 정도를 넘어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아야 허위 사실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자명예훼손죄가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한정돼 있는 만큼 사실 적시가 없는 조롱이나 희화화, 의견 표현은 아무리 악의적이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더라도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는 구조다.

 

또 사자명예훼손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고소할 수 있는 친족이나 자손이 없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따라 검사가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해야 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독립운동가 조롱 콘텐츠는 개인의 명예를 넘어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과 가치를 훼손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플랫폼의 신속한 삭제와 재게시 차단, AI 생성물 표시 등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악의적·반복적으로 제작해 수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