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무라면 같은 근로조건”…대법, 무기계약직 임금 다시 판단

유사 업무 근로자와 비교 필요
정규직 임금체계 적용 가능성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도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있다면 해당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임금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씨가 춘천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1년 4월부터 춘천MBC에서 방송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담당해 온 PD로, 특정 프로그램의 코너 제작과 촬영·편집, 송출용 영상물 완성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춘천MBC는 2022년 2월 프리랜서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A씨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였고, 2년 넘게 근무한 2013년 4월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다며 소송을 냈다.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면 해당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춘천MBC는 A씨가 위임계약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수행했을 뿐 회사 소속 근로자는 아니라고 맞섰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늦어도 2014년부터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보고 계약 종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춘천MBC가 A씨에게 2022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받지 못한 임금 4603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도 A씨의 근로자성과 해고 무효를 인정하고 미지급 임금을 6775만여원으로 늘렸다.

 

다만 A씨가 춘천MBC의 일반직이나 업무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들에게 적용되는 호봉제 또는 연봉제를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해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이 A씨와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또는 업무직 근로자가 존재하는지 살피지 않은 채 A씨에게 관련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은 관련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같은 부서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하는 일반직이나 업무직 근로자가 있다면 이들에게 적용되는 춘천MBC의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이 A씨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