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조치라며 정부안을 엄호했지만,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만으로는 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개편안을 “성장과 민생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한 직무대행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과도하게 집중된 혜택은 주택 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며 “개편안 일부만 떼어내 세금폭탄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대다수 1주택 실거주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 부담이 급격히 변하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거주용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되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거주용 1주택자는 일정 가격까지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초고가 구간에서는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정부는 비거주 주택에 집중된 혜택을 줄여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뒤집은 증세라고 맞섰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마저 무시한 최악의 증세”라며 “세금폭탄 투하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고가·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동시에 높일 경우 전월세 가격으로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공세의 근거로 삼았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부족한 재정을 국민의 주머니에서 메우려는 선택”이라고 했고,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대가를 세금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대립과 별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세제 개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급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서대문을을 지역구로 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여당이 만들어 정부를 다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후보인 송영길 의원도 SNS에 “세제만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이루기는 힘들다”며 “부동산 대책의 근본은 공급”이라고 강조했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문턱도 함께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6일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세제 개편과 주택 공급 계획을 점검한다. 서울시당 차원의 부동산 특별위원회도 꾸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공급 실적, 지역별 주거 현안 등을 지속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제 개편이 2028년 총선을 앞둔 수도권 민심에 미칠 파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높은 서울에서는 초고가 주택 과세 강화가 실수요자 부담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공급 확대와 세부 기준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여권에서도 정부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시장에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조장하고 버티면 감세된다는 학습 효과를 줄 우려가 있다”며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을 주문했다.
김종훈 진보당 대표도 “강남 초고가 아파트만 겨눈 핀셋 세제로는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제개편안은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개편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국민 수용성과 제도 예측 가능성을 강조한 만큼 서울 지역 의원들이 요구하는 보완책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논의 과정의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