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9일 오전 수원역 앞 로데오거리에서 20대 여성이 바닥을 구르거나 네발로 기어 다니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며 배회하다 경찰에 발견됐다.
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여성도 투약 사실을 인정하면서, 경찰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가족에게 인계한 뒤 의료기관에 입원시켰다.
현장에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확보하고 의료적 보호로 연결한 조치는 적절했지만, 입원 이후 중독평가와 전문치료, 상담과 사례관리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번 대응 역시 일시적인 위기 수습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마약을 투약한 여성이 거리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 아니라, 마약류 범죄의 중심 연령대로 떠오른 ‘20대’와 별도의 치료·회복 지원이 필요한 ‘여성’이라는 두 특성이 한 사람에게 겹쳐 나타났다는 점이다.
시민에게는 충격적인 이상행동으로 보였겠지만, 그 이면에는 청년 여성의 중독과 정신건강 위기, 관계적 취약성, 그리고 거리에서 발견될 때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예방·치료체계가 놓여 있다.
대검찰청의 『2025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만3403명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고, 이 가운데 20·30대가 약 60%를 차지했다.
여성 사범도 6237명으로 전체의 26.7%에 달했으며 여성 향정사범은 5122명으로 늘었다. 백서에 ‘20대 여성’을 별도로 분석한 통계는 없지만, 수원역 사건은 청년층의 높은 마약 접근성과 여성 향정중독의 위험이 중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청년 여성의 중독은 호기심이나 개인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접근, 또래나 연인의 권유와 강요, 우울과 불안, 경제·주거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외모와 체중에 대한 압박 속에서 식욕억제제나 수면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다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여기에 여성 중독자는 ‘문란한 여성’이나 ‘나쁜 딸·어머니’라는 이중의 낙인까지 감당해야 해 가족의 외면이나 자녀와의 분리를 우려하며 치료를 피하기 쉽고, 그 결과 중독이 장기간 은폐되다가 거리와 응급실, 경찰서 또는 교정시설에서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현행 형사사법과 치료체계는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검거 이후에는 투약 횟수와 범죄사실 확인이 우선되고, 외상과 성폭력·착취 경험, 관계 의존, 임신·출산, 자녀 양육, 가족관계와 같은 중독의 배경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이러한 요인을 살피지 않은 채 일반적인 단약교육만 반복한다면 약물 사용을 부른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투약사범은 8798명에 달했지만 치료보호조건부 기소유예는 20명에 불과했고,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도 29.8%로 약 10명 중 3명이 다시 입건됐다.
검거와 처벌이 전문치료의 출발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교정시설이 회복하지 못한 중독자를 반복해서 수용하는 마지막 장소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의료기관 입원 역시 퇴원 이후 치료와 재활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과 응급의료기관은 위기 상황을 안정시킨 뒤 중독 정도와 정신질환, 자살·자해 위험, 외상 경험, 가족관계, 주거와 생계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전문치료기관과 사례관리자를 즉시 연계해야 한다.
제조·밀수·상습 판매자는 엄정히 처벌하되 치료 가능성이 높은 단순 투약자는 형사절차 안에서 치료와 상담, 재활을 이행하도록 유도해 응급 보호가 장기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교정시설도 여성 마약류 수형자를 수용 초기부터 중독과 외상, 정신건강 상태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별 처우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프로그램 역시 단순한 약물교육에 그치지 않고 관계 의존과 자존감, 성폭력 피해, 가족과 자녀의 관계 회복까지 다뤄야 하며, 사회복귀 준비도 출소 직전이 아니라 형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시작해 치료기관과 보호관찰소,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지역사회 자원으로 연결해야 한다.
제도의 성과도 검거 건수나 교육 이수율이 아니라 치료 연계율과 지속률, 단약 유지율, 안정적인 주거와 고용, 가족관계 회복, 재범과 재복역 감소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경찰의 응급 보호에서 의료기관 치료, 교정시설의 재활, 출소 이후 지역사회 정착까지 하나의 회복 과정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느 기관도 중독자의 장기적인 변화를 책임지지 않게 된다.
수원역에서 발견된 여성에게 당시 가장 먼저 필요했던 것은 안전한 보호와 의료적 개입이었고, 경찰은 그 첫 단계에 비교적 적절히 대응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보호가 일회성 입원으로 끝나지 않고 전문치료와 재활, 사회복귀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여성 마약중독의 해법은 더 강한 낙인이 아니라 더 이른 발견과 적절한 보호, 그리고 끊김 없는 치료와 회복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