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단속 피해 카자흐스탄으로…한국인 보이스피싱 조직 19명 검거

알마티 콜센터 급습해 14명 송환
국내 조직원 5명도 붙잡아 수사

 

중앙아시아에 범죄 거점을 마련하고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인 한국인 스캠 조직이 범정부 합동작전으로 적발됐다.

 

우리 정부가 중앙아시아에 근거지를 둔 한국인 스캠 조직을 현지에서 직접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범죄 사무실과 조직원 은신처를 급습해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작전은 카자흐스탄 당국과 공동으로 진행한 ‘INE(바늘) 작전’으로, 현지 조직원 검거와 동시에 국내에 머물던 같은 조직 소속 5명도 붙잡혔다.

 

카자흐스탄에서 검거된 조직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순차적으로 송환됐다. 먼저 송환된 10명은 구속됐으며, 이날 입국한 4명에 대해서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검거된 5명 가운데 4명은 구속됐고, 나머지 1명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다.

 

이 조직은 당초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나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을 거쳐 올해 4월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해외 스캠 조직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로, 카자흐스탄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현지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에서 검거된 피의자 14명은 20대 3명, 30대 10명, 40대 1명이다. 최연소자는 1999년생, 최고령자는 1984년생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조직에 가담한 인원이 모두 40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의 관리자와 총책은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돼, 수사 자료를 중국 공안에 제공해 현지에서 처벌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직은 알마티에 콜센터를 설치한 뒤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외부와 격리하는 이른바 ‘셀프 감금’ 수법을 사용했다.

 

먼저 피해자에게 공공기관 등기가 도착했다고 접근한 뒤 직접 수령이 어렵다고 하면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특정 인터넷 주소로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을 줬다.

 

불안해진 피해자에게 숙박업소로 이동하도록 지시해 가족과 지인의 연락을 차단하고,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조직이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국내 16명으로, 피해액은 약 6억원이다. 경찰은 최소 수십억원대의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송환된 조직원들을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이번 작전에는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외교부, 법무부가 참여했다. 카자흐스탄 국가안보위원회와 내무부도 조직원 추적부터 검거와 조사, 국내 송환까지 전 과정에 협조했다.

 

정부는 이번 검거가 스캠 조직의 ‘2차 풍선효과’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 대한 집중 단속 이후 범죄 조직이 베트남과 태국 등 주변국으로 옮겨가는 1차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인접국의 단속까지 강화되자 카자흐스탄과 같은 제3국으로 다시 이동하는 양상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직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망타진하는 방안과 범죄 거점이 자리 잡기 전에 선제적으로 검거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적 단속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에 스캠 조직이 뿌리내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우리 국민을 노리는 범죄 조직이 세계 어느 곳에 숨어 있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