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군사 쿠데타의 중심에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있었다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육사 총동창회는 특정 집단 전체에 역사적 책임을 돌리는 정치적 접근이라며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는 다 육군에서 벌어진 것 아니냐”며 “육사 출신들이 한 일인데 책임을 물은 적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하위 장교 중에는 육사 출신이 많지 않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거의 독점하고 있다”며 군 지휘부의 육사 편중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를 벌여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는 행위를 세 번씩이나 저질렀는데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며 “이미 지난 일이고 진압됐다고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도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민주화됐고 전 세계가 바라보는 선진국이 됐는데 장성들이 동조해 군사 친위 쿠데타를 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앞으로는 구조적으로 그런 일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통합은 군 인재 양성과 지휘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군별로 따로 인재를 육성하고 특정 군종이 군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뒤 쿠데타를 일으켜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는 해외 사관학교 통합 사례와 추진 현황을 물었다. 안 장관은 “사관학교를 분리해 운영하는 나라는 일부에 그치고 통합형 제도를 둔 국가가 많다”며 “현대전에서는 합동성과 통합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캐나다와 호주, 일본 등을 통합 사관학교 운영 사례로 제시했다. 정부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국군사관학교 체제로 묶어 합동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통합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안 장관에게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안 장관은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육사 동창회 “역사적 책임 일반화”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반발했다.
총동창회는 군사 쿠데타가 헌정질서를 유린한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과거 일부 세력의 불법행위를 오늘날 육사와 육사 출신 장교 전체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극히 일부의 역사적 일탈을 특정 교육기관 전체의 책임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정치적 보복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사관학교 제도 자체를 개편하는 것은 올바른 국가정책 추진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군 내부 통합과 장병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총동창회는 “국군통수권자는 특정 집단을 겨냥하거나 군 내부를 편 가르기보다 국군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대다수 육사 출신 장교의 헌신을 외면한 채 과거의 한 단면만으로 집단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안 장관의 대응도 비판했다. 총동창회는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인식에 동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군사적 타당성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책임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관학교 통합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군 교육과 지휘 체계, 합동성 강화 효과를 중심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