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영화 관람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의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대통령비서실장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등을 공개해 달라고 청구했다.
공개 대상에는 윤 전 대통령이 같은 해 5월 서울 강남의 한식당에서 지출한 것으로 알려진 450만원 상당의 저녁식사 비용과 6월 김건희 여사와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면서 사용한 비용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업무추진비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 처분했다. 안보·외교·경호와 관련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거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대통령비서실행정심판위원회도 납세자연맹의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납세자연맹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최초 비공개 처분을 상대로 한 소송은 제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다만 이후 다시 이뤄진 비공개 처분 가운데 특수활동비 일부와 저녁식사비·영화 관람비 관련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수활동비의 현금 수령일과 금액, 집행 내용만으로 구체적인 국정 활동이나 대통령 경호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저녁식사비와 영화 관람비 역시 대통령 직무의 공적 성격 등을 고려하면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은 저녁식사비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외부 식당에서 실제 식사가 이뤄지고 비용이 지출된 만큼 대통령실이 관련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항소심도 1심 결론이 정당하다며 대통령실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상고심이 진행되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뒤 파면되고, 조기 대선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통령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 변화를 고려해 대통령실이 공개 대상 정보를 현재도 보유·관리하고 있는지 새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정보를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하거나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문서와 전자매체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으로 규정한다.
같은 법 제3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앞선 판결에서도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이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공개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그 상태대로 공개하는 제도”라며 “공개청구자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를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정보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공개 대상 정보 역시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돼 대통령비서실장이 더 이상 보유·관리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 변론 종결 후의 사정으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정보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멸했는지 등에 관해 새롭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