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교정행정에 몸담은 서호영 백석대학교 범죄교정학과 교수는 교정공무원을 “사람을 돕는 직업”이라고 정의한다.
1989년 교정공무원으로 임용된 서 교수는 법무연수원 교수와 법무부 심리치료과장, 영월·대전교도소장, 수원구치소장, 서울남부구치소장 등을 지냈다. 이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용자 심리치료와 재범 방지, 교정공무원의 전문성 강화에 힘써왔다.
서 교수는 현재 교정행정이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 정신질환·중독 수용자 증가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심리치료는 이수시간과 같은 양적 실적보다 수용자의 실질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정청 독립과 승진 구조 개선, 전문인력 확충 등 조직 차원의 개혁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대학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한 뒤 1989년 교정공무원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여성에게는 생소한 분야였을 텐데, 어떤 계기로 교정공무원이 되셨습니까.
A. 처음부터 교정공무원을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 4학년 때 학과 사무실 앞에 붙은 채용공고를 보고 ‘법무부 7급 공무원’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습니다. 당시에는 교정공무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Q. 2005년 천안개방교도소에서 수용자 가족을 지원하는 ‘사랑의 울타리 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만든 사업입니까.
A. 수용자가 가족의 유일한 생계부양자라면 남겨진 가족을 돕는 것이 수용자의 안정적인 수용생활과 사회복귀, 재범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별도 예산이 없어 교정위원들과 비용을 모았고, 지원이 필요한 가정은 직접 찾아가 생활환경을 확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집에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장애가 있는 손자를 돌보는 가정을 만나 지자체와 복지시설의 지원을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교정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모든 수용자의 재범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누군가 한 번이라도 손을 내미는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Q. 법무부 심리치료과장과 영월·대전교도소장, 수원·서울남부구치소장 등을 지내셨습니다. 여성 교정공무원으로 고위직까지 오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A.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교정조직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강했습니다. 지금도 여성 교정공무원의 비율이 높지 않은데, 제가 임용된 1989년에는 여성 직원이 훨씬 적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무실에 제 책상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때도 있습니다. 상급자임에도 남성 하급자에게 결재를 받아야 했고, 다른 사람보다 많은 업무를 맡거나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조직 안에서 따돌림을 겪거나 인터넷상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억울하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한 걸음씩 제 역할을 해내며 버텼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경험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족의 지지도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들마저 교정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조직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수원구치소장 재임 당시 직원과 수용자 모두가 ‘숨 쉴 수 있는 교정시설’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A. 직원에게는 존중과 소통의 조직문화를, 수용자에게는 법과 원칙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교정조직은 안전과 보안을 위해 분명한 지휘체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되면 직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말하기 힘들어지고 조직 전체의 피로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자 처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인권 보장이 규율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와 위생, 면담과 접견, 처우상담 기회가 보장되고 고충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다뤄질 때 불필요한 갈등과 불안도 줄일 수 있습니다. 엄정한 규율과 인권적 처우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가치입니다.
다만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 호송·계호 업무, 정신질환·중독·고령 수용자 증가 같은 구조적 문제는 개별 기관장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인력 확충과 시설 현대화, 전문적인 의료·심리 지원, 조직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Q. 법무부 심리치료과장으로 수용자 심리치료와 재범 방지 정책을 담당하셨습니다. 현재 가장 먼저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A. 심리치료를 일회성 교육이나 프로그램 이수로 봐서는 안 됩니다. 개별 수용자의 위험요인과 치료 필요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몇 시간을 교육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를 봐야 합니다. 범죄로 이어진 요인이 줄었는지,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교정 심리치료에서는 수용자의 재범 위험과 욕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성을 고려하는 RNR 원칙(Risk·Needs·Responsivity principle)이 중요합니다. 특히 범죄 원인 가운데 변화시킬 수 있는 ‘동적 요인’을 찾아 치료에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욕구를 사기와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충족하려 한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욕구가 범죄행동과 어떻게 연결됐는지 파악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문인력 확충도 뒤따라야 합니다. 임상심리사와 상담심리사,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독치료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출소 이후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소 전부터 지역의 정신건강·중독·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선별·집중치료부터 출소 연계,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Q. 일선에서는 고시 출신이 아니면 승진에 한계가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현행 승진 체계는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승진은 단순히 개인의 직급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이 조직에서 정당하게 인정받고 다음 세대의 리더십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입니다.
교정직은 다른 국가직에 비해 5급 이상 관리직 비율이 낮습니다. 현장 경험과 역량이 충분해도 올라갈 수 있는 직위 자체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교정 업무는 단순 감시를 넘어 위기대응과 인권보호, 심리치료 지원, 분류·처우, 재사회화까지 확대됐습니다. 업무의 전문성과 책임에 맞게 5급 이상 관리·전문 직위를 늘리고 야간과 휴일 수용관리를 책임질 중간관리자도 보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직의 장기 재임으로 후배들의 진입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서는 계급정년이나 보직정년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특정 출신을 배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고위직의 장기 독점을 막고 현장 출신에게도 공정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인사 순환 장치여야 합니다.
Q. 교정행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교정청 신설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A. 교정청 독립이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한 것은 필요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법무부 내부의 조직·인사·예산 권한 재편과 정부 차원의 추진 의지가 맞물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교정행정은 단순한 수용관리가 아닙니다. 과밀수용과 정신질환·중독, 고령·만성질환, 자살·폭력 위험, 사회복귀와 재범 방지까지 다뤄야 하는 복합적인 전문행정입니다. 교정청 독립은 조직의 간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수요에 맞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국가 교정체계를 만드는 문제입니다.
다만 독립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적인 인사·예산·조직운영 권한을 어느 수준까지 부여할지 명확히 하고, 의료·정신건강·중독치료·심리치료·사회복귀 등을 담당할 전문인력도 확보해야 합니다.
법원과 검찰, 보호관찰, 법무보호,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업체계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교정청 독립의 성패는 외청이라는 형식보다 독립된 권한과 책임을 토대로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 치료·재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 과밀수용과 교정공무원 인력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A. 과밀수용을 단순히 침상이나 거실이 부족한 문제로 봐서는 안 됩니다. 수용자와 직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운영상의 위기로 인식해야 합니다.
과밀한 환경에서는 사소한 갈등도 폭행이나 자해로 번질 수 있고 질병 관리와 심리치료, 상담, 교육·작업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수용관리의 질이 떨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 교정공무원에게 돌아갑니다.
우선 현장 근무인력을 실질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단순히 정원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야간근무와 접견·출정·호송, 의료계호, 정신질환·중독 수용자 관리 등 실제 업무량을 기준으로 필요한 인력을 산정해야 합니다.
시설 확충과 현대화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과밀수용을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위험 수형자에게는 엄정한 위험성 평가를 전제로 사회 내 처우와 가석방, 치료·재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고 고위험군에는 집중적인 관리와 치료를 제공하는 선별적 수용정책도 병행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야 합니다. 충분한 교대인력과 근무·휴게공간을 확보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와 소진에 대한 심리상담과 건강관리도 지원해야 합니다.
Q. 30여 년간 교정행정에 몸담은 선배로서 현장을 지키는 후배 교정공무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여러분이 하는 일이 결코 작거나 보이지 않는 일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정공무원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면서 동시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현장은 분명 힘듭니다. 과밀수용과 인력 부족, 반복되는 교대근무와 사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살피고 대화하며 위기에 처한 수용자에게 적절히 대응하는 순간들이 결국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다만 혼자 버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건강과 가정을 돌보고 필요할 때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조직도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인사·예산에 반영되고 안전하게 일하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교정공무원은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전한 교정시설과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전문 공직자입니다. 그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