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원주교도소에서 벌어진 잔혹한 1분…밥상이 살인 흉기로

원주교도소 동료 수용자 살해한 A씨
“얼굴 보자 더 때리고 싶었다”…무기징역

 

2022년 7월 초 강원 원주시 원주교도소의 한 수용실에 60대 수용자 B씨가 들어왔다.

 

당시 66세였던 그는 같은 방 수용자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교도소 생활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수용실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다른 수용자들과 심하게 충돌한 사람은 아니었다.

 

B씨가 A씨와 같은 수용실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그해 7월7일쯤으로, 두 사람이 한 방에서 함께 지낸 기간은 채 20일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두 사람 사이에 심각한 다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씨는 B씨의 말투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주 화를 냈고 때로는 욕설까지 했다.

 

같은 방 수용자들이 보기에 B씨는 나이가 많고 힘도 약해 A씨에게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반면 A씨는 B씨에 대한 A씨의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칠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같은 방 수용자들이 듣는 앞에서 B씨를 두고 “상으로 대가리를 깨 부시든지 해야겠어요”라는 섬뜩한 말을 꺼냈다.

 

단순한 짜증 섞인 말로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며칠 뒤 그의 표현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2022년 7월25일 A씨는 B씨를 두고 “정말 못 참겠다. 지금이라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이날 낮 12시5분쯤, 실제 범행이 시작됐다.

 

당시 수용실 안에서 B씨가 자신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고 생각한 A씨는 또다시 화를 냈다.

 

방 안에는 수용자들이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가로 100㎝, 세로 60㎝ 크기의 나무 밥상이 놓여 있었는데 무게는 9.5㎏에 달했다.

 

A씨는 이 밥상을 양손으로 들어 처음에는 B씨의 왼쪽 목 부위를 치며 위협했다. 하지만 B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A씨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A씨는 이런 모습을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다시 밥상을 들어 올린 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B씨의 뒷목을 향해 세 차례 연달아 내리쳤고, 충격을 견디지 못한 B씨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런데도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B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A씨는 약 2.2m를 이동해 그의 머리 쪽으로 다가갔다. 쓰러진 B씨의 얼굴이 보이는 위치까지 이동한 A씨는 다시 무거운 밥상을 들어 올렸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B씨의 이마와 미간, 목 부위를 차례로 세 번 더 힘껏 내려쳤다.

 

처음 세 차례에 이어 다시 세 차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친 공격이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약 1분에 불과했다.

 

B씨는 곧바로 교도소 밖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사건 발생 약 1시간50분 뒤인 이날 오후 1시55분, B씨는 중증 두부손상으로 숨졌다.

 

 

범행이 끝난 뒤 A씨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쓰러진 B씨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세면장으로 들어가 자신의 손과 발에 묻은 B씨의 피를 씻었다.

 

이후 수사기관에서도 A씨는 범행 당시 상황을 비교적 담담하게 진술했다.

 

그는 B씨가 쓰러진 뒤에도 공격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쓰러졌지만 피해자의 얼굴을 보자 더 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고,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면 더 때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

 

당시 자신의 심경에 대해서는 “죽느니 사느니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징역을 사는 것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그 사람을 내려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왜 맨손이 아니라 밥상을 들어 B씨를 공격했느냐는 취지로 묻자 A씨는 “솔직히 내 몸을 그 사람 몸에 터치하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B씨에 대한 강한 혐오감이 범행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수용실을 더럽게 사용했고 이기적으로 행동했으며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함께 생활했던 수용자들과 교도관들의 진술에서는 A씨가 주장한 정도의 문제가 B씨에게 있었다는 사실이 별다르게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B씨는 나이가 많고 수용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뿐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수용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죄 전력은 상당했다. A씨는 2004년부터 약 18년에 걸쳐 모두 21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폭행과 협박, 공무집행방해, 방화, 재물손괴, 모욕 등 물리적·언어적 폭력과 관련된 전력만 19차례에 달했다.

 

그동안 벌금형을 17차례, 실형을 두 차례 선고받았으며 사건 당시 원주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이유 역시 폭행 등이 포함된 다른 사건 때문이었다.

 

A씨는 당시 별도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그 사건에는 원주교도소 안에서 다른 수용자를 폭행한 혐의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 그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B씨 살해 이후 실시된 청구전조사 과정에서도 거친 행동은 이어졌다.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한 사람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고 조사관에게 욕설을 했으며, 볼펜을 움켜쥐고 조사관을 공격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인 KORAS-G 검사에서는 15점으로 ‘높음’ 수준이 나왔고, 정신병질자 선별도구인 PCL-R 검사에서는 20점으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2022년 12월8일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두 사람이 같은 수용실에서 함께 생활한 기간은 채 20일도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쌓인 원한이나 중대한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A씨가 주장한 범행의 직접적인 계기는 B씨가 자신을 비웃는 표정으로 바라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소한 감정은 불과 1분 만에 살인으로 번졌다. 수용자들이 매일 밥을 먹던 9.5㎏짜리 나무 밥상은 흉기가 됐고,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했던 66세 수용자는 교도소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