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폭행 피해로 방 옮겼는데…인천구치소 수용자 사망 사건

첫 폭행 피해 뒤 다른방 옮겼지만…
매일 뒤통수 때리고 ‘머리 박기’ 강요
가해자 2명 징역 8년·3년 확정…

 

2022년 봄, 인천구치소에 수용돼 있던 20대 남성 D씨에게 구치소 안은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D씨는 2021년 9월부터 인천구치소에서 수용생활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도 한 차례 수감생활을 했던 그는 인천구치소에 들어온 다음 날 작성한 초기상담 설문지에서 신체·정신질환이나 중독 문제가 없고 공동생활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듬해 4월 D씨는 같은 수용실에서 생활하던 다른 수용자에게 두 차례 폭행을 당했다.

 

4월15일과 18일 이어진 폭행으로 오른쪽 쇄골 부위가 골절되는 상해를 입자 구치소는 가해 수용자와 분리하기 위해 D씨를 다른 수용실로 옮겼다.

 

폭행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새로 옮겨간 방에서도 D씨의 수용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폭행 피해 피해 방 옮겼는데…새 수용실에서도 시작된 괴롭힘


 

D씨가 새로 생활하게 된 수용실에는 20대 수용자 H씨와 C씨 등이 함께 있었다.

 

H씨는 D씨가 방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2년 4월27일부터 5월19일까지 매일 한 차례 이상 그의 뒤통수를 손으로 때렸고,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거나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엎드리도록 했다.

 

같은 방에 있던 C씨도 5월 초부터 D씨의 다리를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하고 자신의 빨래를 대신 세탁하도록 강요했다.

 

이렇게 이어지던 폭행과 강요는 5월20일부터 더욱 거칠어졌다. 이날 오후 H씨는 D씨가 쉰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목 부위를 한 차례 때린 뒤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여러 차례 폭행했고, C씨 역시 식사시간에 D씨가 춤을 추는 등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화장실로 끌고 가 손날로 목 부위를 다섯 차례 때렸다.

 

 

다음 날 아침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2022년 5월21일 오전 6시35분쯤 아침점검 시간에 D씨가 번호를 외치며 쉰 목소리를 내자 H씨는 "직원 앞에서 대놓고 아픈 척하면 어떻게 하냐"고 말하며 주먹으로 그의 목 부위를 강하게 한 차례 때렸다.

 

D씨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지만 C씨는 "이 새끼 또 연기하네"라고 말하며 그의 목 부위 옷깃을 잡아끌어 화장실로 데려갔다.

 

잠시 뒤 화장실에서 뛰쳐나온 D씨는 다시 바닥에 쓰러졌고 결국 의식을 잃었다.

 

이를 지켜보던 같은 방 수용자가 오전 6시39분쯤 비상벨을 누르자 구치소 직원들이 상황을 전파했고, 오전 6시41분 기동대가 수용실에 도착해 D씨의 상태를 확인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오전 6시43분에는 스트레처카가 도착했고, 직원들은 2분 뒤 D씨를 외부 병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D씨를 태운 호송차량은 오전 6시49분 구치소를 빠져나가 오전 7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병원 검사 결과 D씨는 '후두개염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심정지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흘 뒤인 5월24일 D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고,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6월27일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다.

 

그러나 끝내 회복하지 못한 D씨는 폭행을 당한 지 약 석 달 만인 2022년 8월11일 숨졌다. 당시 28세였다.


매일 때리고 머리 박게 한 H씨…징역 8년 확정


검찰은 D씨를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H씨와 C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H씨에게 상해치사·강요·폭행죄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고, C씨에게는 상해와 폭행, 강요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C씨에게는 D씨의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C씨가 사건 당일 D씨를 폭행하고 쓰러진 그의 목 뒤쪽 옷깃을 잡아끌어 화장실로 데려간 사실은 인정되지만, 기도 폐색으로 숨진 D씨의 목에 사망 결과와 연결되는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두 사람과 검찰 모두 항소했으나 서울고법은 2023년 3월29일 항소를 전부 기각했고, 판결은 같은 해 4월6일 그대로 확정됐다.


한번 폭행당해 방까지 옮겼는데…부모는 국가에 책임 물었다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끝난 뒤 D씨의 부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족은 D씨가 이미 다른 수용자에게 폭행을 당해 쇄골이 골절된 뒤 수용실까지 옮겼는데도 새로 배정된 방에서 다시 장기간 폭행과 강요를 당한 점을 문제 삼았다.

 

사건 이후 인천구치소 보안과장과 기동순찰팀장 등 직원 5명이 관리·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주의·시정·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유족은 이를 근거로 국가에 책임이 있다며 부모 각각 3억4046만96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치소가 D씨에 대한 추가 폭행을 미리 예상해 막을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치소가 평소 폭행 예방 안내방송과 신고함을 운영했고, D씨가 처음 폭행을 당했을 때도 가해자와 분리해 다른 수용실로 옮긴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D씨가 앞서 한 차례 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사정만으로 교도관들에게 이후 모든 폭행 가능성까지 예상해 특별히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대응에도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방 수용자가 비상벨을 누른 뒤 직원들이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나섰고, 약 10분 만에 호송차량이 구치소를 출발해 오전 7시 외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구치소 측이 폭행을 미리 예상하거나 이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D씨 부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 차례 폭행을 당해 방까지 옮겼던 D씨는 새 수용실에서 다시 폭행과 강요를 당하다 숨졌다. 가해자들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3년이 확정됐지만, 유족이 국가에 물은 관리 책임까지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