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검찰 답습해선 안 돼”…경찰 수사 혁신 토론회 열려

범여권, 부실수사에 ‘통제 강화’ 주문
경찰위 실질화·국수본 청문회 제안도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의 수사 권한이 확대되는 가운데 여당이 잇단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인 경찰을 향해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경찰도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및 경찰수사 혁신 정책토론회’를 열고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커지는 경찰의 권한을 견제하고 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현장에는 행사를 주관한 이상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이해식·박주민·이기헌·임호선·박정현·이광희 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찰에서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자리했다.

 

이 의원은 최근 불거진 ‘제주 허위 종결 사건’ 등 경찰의 부실수사와 비위 논란을 거론하며 조직과 수사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를 촉구했다.

 

그는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며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자의적으로 무지막지하게 함부로 행사한 결과 조직이 해체되는 검찰을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도 ‘청주 시의원 사건’과 ‘제주 허위 종결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경찰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경찰 조직을 감시하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제도 전반을 손질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응답했다.

 

유 대행은 “외부 전문가 중심의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를 통해 수사 제도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책임 있는 수사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와 외부 독립 감찰·조사기구 신설, 국가수사본부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이 주요 통제 방안으로 제시됐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적인 통제기구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가경찰위원회가 독자적인 행정처분이나 규칙 제정, 예산·인사 권한 등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사무 역시 경찰청이 맡고 있어 실효적인 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 소장은 “우리도 국가경찰위원회를 명실상부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며 독립적인 사무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행정안전부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명확히 하거나 국무총리 소속 독립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을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 소장은 "국가수사본부장이 약 3만명의 수사 인력을 지휘하며 과거 검찰총장에 준하는 책임을 맡게 됐지만, 국회의 공식적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흐르지 않도록 후보자의 전문성과 수사 역량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제 장치 강화와 함께 수사 현장의 인력과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황문규 중부대 교수는 “지금 시점에 가장 중요한 게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경찰이 14만 명 정도 되는데 계속 인력을 늘릴 수는 없다. 결국 조직을 재편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책임은 커지는 반면 근무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수사 인력이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영철 경찰청 자치경찰기획단장은 장애인·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 사건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을 양성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경력 관리와 인사상 우대책도 제안했다. 수사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경찰관이 관련 업무를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전문 경력을 인정하고 인사 체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단장은 “경찰의 모든 기능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업무와 관련돼 있다”며 "수사 인력과 예산 문제는 경찰 조직 내부의 재배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