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항소이유서 기한 넘겨도 불가피한 사정 살펴야”

책임질 수 없는 사유 있다면 예외 인정
소송구조 결정 늦어진 항소인 구제

 

재판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정으로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넘겼다면 법원이 사후에 제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각하하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25일 가등기말소 사건에서 A씨의 항소를 각하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가등기말소 소송의 피고였던 A씨는 지난해 5월 1심에서 패소한 뒤 같은 해 6월 항소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도 소송구조를 받기 위해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안에 소송구조를 신청했다.

 

소송구조는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법원이 비용 납부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소송구조 결정문이 늦게 송달되면서 A씨는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18일 항소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았지만 제출 기한을 넘겼고, 법원은 같은 해 7월 29일 항소를 각하했다.

 

민사소송법은 항소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이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즉시항고했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이 지난 뒤에야 소송구조 결정 사실을 알게 된 만큼 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대법원은 A씨가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구조를 신청한 점과 결정문 송달이 늦어진 경위 등을 고려하면 항소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A씨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이유서 의무제출 제도 도입으로 항소인이 받는 불이익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제출 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나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면 법원은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기간이 지난 뒤에도 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에 따라 제출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둘러싼 논란은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같은 문제로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모두 8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