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모텔에서 직원이 투숙객을 잘못 확인해 낯선 남성에게 마스터키로 객실 문을 열어준 일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됐지만 모텔 직원의 안내로 객실에 들어간 만큼 처음부터 침입할 고의가 있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반면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인 객실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도 나가지 않았다면 퇴거불응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원이 투숙객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스터키로 객실을 열어준 모텔 측에는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열린 문으로 들어왔다”던 업주…직원이 마스터키로 열어줘
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달 2일 새벽 서울의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와 투숙하던 중 객실 안으로 들어온 낯선 남성과 마주쳤다.
당시 A씨는 객실 욕조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불투명한 욕실 문 너머로 낯선 남성의 실루엣을 발견한 A씨는 소리를 질러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A씨의 남자친구가 남성에게 나가라고 요구했지만 남성은 곧바로 객실을 벗어나지 않은 채 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은 뒤늦게 찾아온 모텔 직원이 나오라고 손짓한 뒤에야 객실 밖으로 나갔다.
사건 직후 모텔 업주는 출동한 경찰에게 투숙객이 객실 문을 잠그지 않아 술에 취한 남성이 열린 문으로 들어갔으며, 객실에 머문 시간도 5초가량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남성이 객실에 머문 시간은 약 40초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객실 문 역시 투숙객이 열어둔 것이 아니라 모텔 직원이 남성을 동명이인인 다른 투숙객으로 착각해 마스터키로 직접 열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해당 남성을 방실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다만 남성이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인 객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아 경찰이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안내로 잘못 들어갔다면 방실침입죄 성립할까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나 관리하는 건조물, 점유하는 방실 등에 침입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텔 객실도 투숙 기간에는 투숙객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어서 형법상 보호되는 ‘점유하는 방실’에 해당한다.
다만 방실침입죄가 성립하려면 자신에게 출입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객실에 들어갔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모텔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신이 사용하던 객실로 잘못 알고 들어갔다면 최초 입실 당시 방실침입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모텔 직원이 남성을 동명이인인 다른 투숙객으로 착각해 객실 문을 열어준 만큼 남성이 들어갈 당시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인 객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우선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의 안내를 믿고 자신의 객실이라고 생각했다면 방실침입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직원과 남성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남성이 객실 번호나 내부 모습을 보고 착오를 알아차릴 수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이 술에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퇴거 요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응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는 CCTV와 투숙객·직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A씨가 샤워하던 욕실 쪽을 남성이 바라봤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죄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신체 접촉이나 촬영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텔 측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직원이 투숙객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마스터키로 객실 문을 열어준 행위는 숙박업자가 부담하는 고객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배 변호사는 “마스터키는 투숙객의 사생활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직원의 착오로 제3자가 객실에 들어갔다면 모텔 측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와 치료비 등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