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직 유지, 법적 문제 없는데 논란 이유는

법적으로 겸직 가능하지만 사퇴 관행
비례대표 의석 성격 두고 여권서 논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여부가 인사청문 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법상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을 사퇴해 온 정치권의 관행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의원직 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 즉답하지 않았다.

 

용 후보자는 “여러 의견이 있고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고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제 생각을 잘 준비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용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의원직을 반드시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예외로 두고 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달리 규정하지도 않아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으로 취임해도 법률상 문제는 없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은 지역구 의석과 선출 방식이 다르다. 지역구 의원은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 의석을 후보자 명부 순서에 따라 맡는다.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해도 해당 정당의 의석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제200조 제2항에 따라 같은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상 다음 순위 후보자가 의원직을 승계한다. 용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기본소득당의 의석은 후순위 후보자에게 넘어간다.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입각에 별도의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당 득표로 확보한 의석인 만큼 장관직을 맡게 되면 후순위 후보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국무위원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법률상 의무라기보다 비례대표 의석의 성격과 정치적 책임에 관한 문제다.

 

국회의원과 장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제기된다.

 

국회의원은 입법과 예산 심사,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감시·견제하지만 장관은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소관 부처의 정책을 집행한다.

 

역할이 다른 데다 업무 부담도 커 두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의원직을 유지하면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남은 임기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도 사퇴 요구의 배경이다.

 

의원직을 내려놓고 입각하면 퇴임 후 국회로 돌아갈 수 없지만, 겸직하면 의원직이 그대로 남는다. 이 때문에 의원직 유지가 정치적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두 직위의 보수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은 국무위원을 겸하는 의원이 겸직에 따른 보수를 별도로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직무 수행에 필요한 실비만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용 후보자가 법적 문제와 별개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배 의원은 2000년 이후 입각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해 온 사례를 언급하며 “국민 눈높이에서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채현일 의원도 용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인선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겸직 논란으로 개각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반면 진성준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을 사퇴해 온 것은 정치적 관행일 뿐 법적·도덕적 의무는 아니라며 외부에서 사퇴를 강요할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사퇴 논란은 겸직의 적법성보다 비례대표 의석의 성격과 국무위원으로서의 책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률상 겸직은 가능하지만 정당 득표로 배분된 의석을 유지한 채 장관직까지 맡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인사청문회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