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개를 그늘도 없는 옥상이나 밭에 묶어두거나 충분한 먹이와 물을 주지 않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돌봄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키우더라도 실제 상해나 질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처벌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도 행정제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대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과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줄, 위생·건강관리 등의 의무를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외에서 동물을 키우는 경우 더위와 추위, 눈·비,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동물을 줄에 묶어 기를 때는 원칙적으로 줄 길이를 2m 이상 확보해야 하며, 줄에 엉키거나 목이 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합한 먹이와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사육공간의 분변과 오물도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만으로는 곧바로 제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육·관리 의무 위반이 동물학대죄로 이어지려면 해당 행위로 반려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질병에 걸렸다는 결과까지 발생해야 한다.
이에 폭염에 장시간 방치하거나 먹이와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등 학대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동물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확인되기 전에는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이 같은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사육·관리·보호 의무 자체를 위반한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폭염이나 혹한에도 적절한 휴식공간 없이 동물을 실외에 방치하거나, 밭이나 빈집 등에 장기간 묶어두면서 먹이와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경우 등에 대해 실제 상해나 질병 발생 여부와 별개로 행정제재가 가능해진다.
다만 최소 돌봄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와 동물에게 실제 상해나 질병을 발생시킨 데 따른 형사처벌은 구분된다.
동물이 이미 상해를 입거나 질병에 걸렸다면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학대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개정안은 동물학대죄의 처벌 기준을 단순히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행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며 “기존에는 부적절한 사육환경과 상해·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명확한 사육·관리 기준 위반 자체에 대해 제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과태료 부과가 실제 동물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상태를 의무 위반으로 볼 것인지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중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판단이 달라지지 않도록 폭염·혹한 방치나 급수·위생 상태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동물학대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동물사육금지명령’도 포함됐다.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법원이 일정 기간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