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낭희 박사 “마약 재활, 일부만 받아선 한계…출소 후에도 이어져야”

교정 치료·재활 수준 높아졌지만 참여 인원 확대 필요
기소유예부터 출소 이후까지 끊김 없는 치료체계 강조
청소년 마약 대응 시급…“교정 조직·전문인력 키워야”

 

교정시설의 마약류사범 재활 프로그램은 지난 2~3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전담 인력이 생겼고 여성·청년 등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도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 참여하는 수용자는 마약류사범 가운데 일부에 그친다. 나머지는 충분한 치료와 재활을 경험하지 못한 채 출소한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범죄예방·교정정책을 연구해 온 김낭희 박사는 “프로그램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참여 인원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단속과 처벌에 머물지 않고 기소유예와 보호관찰, 교정시설 수용, 출소 이후 지역사회 복귀까지 치료·재활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투약사범뿐 아니라 공급사범을 위한 별도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마약 판매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번 경험과 왜곡된 경제관념 역시 재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안에서는 교육 대상을 확대하고, 출소 전에는 치료기관과 보호관찰소를 연결해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낭희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오랫동안 마약 문제를 연구해 왔습니다.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200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당시 마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다니며 마약 중독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직접 연구할 역량이 충분하지 않았고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며 현장을 계속 찾아다녔고, 그것이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Q. 국내 교정시설의 마약사범 치료·재활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A. 프로그램 개발 수준이나 담당 인력의 역량은 굉장히 높아졌다고 봅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정부가 마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많이 발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심리치료과에서 마약 관련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 논문도 쓰고 있습니다. 저도 법무부 교정본부 마약사범재활팀과 소통하고 있는데, 담당자들이 수용자를 직접 만나며 프로그램을 계속 보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참여 인원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마약류사범 가운데 일부만 선별해 교육합니다. 수용된 마약류사범 중 소수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나머지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출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40시간가량의 교육을 한 번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더 많은 수용자가 꾸준히 교육받으며 회복 의지를 높이고, 출소한 뒤에는 지역사회의 치료·재활 기관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Q. 마약사범들이 투약 방법이나 구입 경로를 공유하는 이른바 ‘말뽕’ 문제도 제기됩니다.

 

A. 사람들이 24시간 함께 생활하면 정보를 주고받고 인적 관계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약사범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기보다 교정시설의 집단생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말뽕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설 안에서 오가는 대화와 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교육받는 수용자가 늘어나면 마약 정보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교육이나 회복 방법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습니다.

 

갈망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합니다.

 

교정시설에서는 VR(가상현실)이나 체계적 둔감법, 호흡법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교도소는 갈망이 생겨도 실제 투약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어려운 차단된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 갈망을 통제하는 방법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습니다.

 

Q. 마약사범마다 중독 정도와 특성이 다릅니다. 맞춤형 치료·재활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A. 아직 초기 단계라고 봅니다. 여성과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대상을 세분화하고 있고, 개인상담 매뉴얼과 중독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 메타인지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부에서는 교정시설이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기본·집중·심화교육 등이 있지만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저도 내부 프로그램을 모두 알지는 못합니다.

 

현장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외부에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중독 수준과 회복 의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교육을 일률적으로 실시할 수도 없습니다. 대상자의 상태와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나누려면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Q. 교정시설에 들어오기 전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보호관찰 단계에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합니까.

 

A. 교도소에 오기 전부터 치료와 재활을 경험할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보호관찰도 약물검사를 통한 감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교육과 치료, 상담이 꾸준히 이어져야 합니다.

 

제가 교도소에서 만난 분들 가운데 “이런 교육은 처음 받아본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회에 있을 때 제대로 된 교육이나 재활을 경험하지 못한 채 교도소까지 왔다는 얘기입니다.

 

한국형 약물법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검찰 단계의 사법 치료·재활 조건부 기소유예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기소유예 단계부터 치료와 교육, 상담을 함께 제공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출소 전부터 지역사회 복귀 준비해야”


Q. 교정시설에서 시작한 치료·재활을 출소 이후까지 이어가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합니까.

 

A. 형이 끝나면 사법적인 의무도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이 끊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형을 마친 사람에게 다시 강제적인 조치를 하면 이중처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출소하기 전부터 조건부 가석방 등을 활용해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해야 합니다.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치료기관이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결하고, 보호관찰을 통해 약물검사와 상담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교정시설에서 곧바로 지역사회로 돌아가기보다 3~6개월 동안 적응할 수 있는 중간처우시설도 필요합니다. 이곳에는 심리치료나 상담 경험이 있는 퇴직 교정공무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보호기관의 일부 병동을 사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대상자를 위한 ‘사법 병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치료기관과 교정·보호관찰 인력을 연결해 교정시설에서 시작한 치료와 재활이 지역사회에서도 이어지도록 하는 겁니다.

 

Q. 현재 치료·재활은 투약사범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공급사범에게도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합니까.

 

A. 치료와 재활을 중독에 대한 개입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공급사범에게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약 판매를 통해 쉽게 돈을 버는 경제관념이나 삶의 방식이 학습됐을 수 있습니다.

 

마약을 팔아 돈을 번 경험이 더 큰 규모의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범죄에 성공했을 때 강한 보상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치료·재활은 투약사범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아닙니다. 사회안전을 지키고 재범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공급사범에게도 교육과 재범 방지를 위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직 공급사범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공급사범에게는 법적·경제적·윤리적 책임과 준법의식을 함께 다루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Q. 최근 마약류사범이 크게 늘고 연령대도 낮아졌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A. 실제 마약 문제가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해외 이동이 많아지고 일부 국가의 대마 규제가 달라졌습니다. 의료용 마약류 사용도 늘면서 일상에서 마약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다만 통계상 마약류사범이 급격히 늘었다고 해서 실제 사용자가 같은 시기에 갑자기 폭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전부터 마약을 사용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이 경찰과 검찰의 집중 단속으로 적발된 측면도 있습니다. 2023년 마약류사범이 크게 늘어난 데에도 단속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적발 인원의 증가와 실제 사용자의 증가를 동일하게 보면 안 됩니다. 마약류사범 통계를 분석할 때는 단속 강도와 사회적 관심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 문제에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마약이나 범죄가 청소년기에 시작되면 그때부터 사회화가 중단된다고 봅니다.

 

30대에 마약을 시작한 사람은 그전까지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경험했지만, 청소년기에 시작한 사람은 회복한 뒤에도 중단된 지점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조기 개입이 중요합니다.

 

범죄예방 단계에서는 청소년 보호관찰과 교육을 강화하고, 교정 단계에서는 소년과 청년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젊을 때 개입할 기회를 놓치면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Q. 교정시설의 치료·재활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A. 정해진 교육을 몇 시간 이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수용생활 중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난 젊은 마약사범 가운데 미술이나 음악에 관심과 감각을 보이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라기보다 대상자들을 만나며 받은 인상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등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나면 마약에 관한 이야기만 반복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정해진 교육만 재활인 것은 아닙니다. 오랜 수용기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하고, 수용생활 자체가 회복과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도록 교정시설의 환경과 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