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갇힌 수용자에게 형기를 모두 채우기 전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가석방이다.
형이 확정됐다고 해서 모든 수용자가 선고받은 형기를 교정시설에서 보내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을 복역한 뒤 수용생활과 범죄 내용, 재범 위험성, 출소 후 생활환경 등을 심사해 남은 형기를 사회에서 보내도록 하는 제도가 가석방이다.
지금과 같은 가석방 제도가 법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광복 이후지만, 그보다 앞선 조선시대에도 형 집행이나 구금 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람을 풀어주는 여러 제도와 관행이 존재했다.
조선시대 형벌은 태·장·도·유·사(笞·杖·徒·流·死)의 오형을 기본으로 했다.
이 가운데 도형은 죄인을 일정 기간 구속해 노역시키는 형벌로 1년부터 3년까지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일정 기간 형을 복역한 수형자를 별도로 심사해 석방하는 제도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국왕이 이미 확정된 형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사면·사유 제도가 있었고, 보증인을 세워 수인을 감옥에서 풀어준 뒤 재판이나 수사를 계속하는 보방도 운영됐다.
1453년 단종 때에는 도형 이하의 수인들을 보방해 계속 심문하도록 한 기록이 남아 있다.
죄수들을 정기적으로 살펴 석방하는 일도 있었다.
1479년 성종 때 기록에는 절기마다 삼성 관원이 전옥서에 모여 죄수를 조사하고 석방할 만한 사람을 풀어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가뭄이나 이상기후가 발생했을 때 국왕이 옥사를 살피도록 한 기록도 있다. 태종 16년인 1416년에는 가뭄 대책 가운데 하나로 범죄 당사자가 아닌 증인 등 구금자를 석방하도록 했다.
조선시대에도 사면과 보방, 옥사 점검 등을 통해 구금 중인 사람을 풀어주는 여러 방식이 있었지만 현재의 가석방과 같은 제도로 운영된 것은 아니었다.
1953년 형법 제정…현재 가석방 법적 틀 마련
가석방이 법령의 형태로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1912년 조선총독부는 ‘가출옥규칙’을 제정해 자유형 수형자를 형기가 끝나기 전에 석방할 수 있도록 했고, 1937년에는 ‘가석방심사규칙’이 마련됐다.
20일 더시사법률이 법무부 교정본부의 ‘대한민국 교정사’와 교정통계를 살펴본 결과, 광복 이후 가석방의 법적 근거는 1953년 제정된 형법에 마련됐다.
당시 형법은 수용생활이 양호하고 범행을 뉘우쳐 개선된 모습이 뚜렷한 경우 일정 기간 형을 복역한 뒤 가석방할 수 있도록 했다.
무기형은 1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을 지나야 했으며 법은 가석방 요건을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라고 규정했다.
1956년에는 가석방심사위원회 규정과 가석방심사규정이 마련되면서 심사 과정에서 살펴볼 사항도 구체화됐다.
수용자의 건강과 정신상태, 교육 정도와 작업 능력, 범행 당시 나이와 범죄 동기, 범행 이후 태도뿐 아니라 출소 후 돌아갈 곳과 생계 방안, 가족관계,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과의 관계까지 심사 항목에 포함됐다.
1956년 가석방 500명…출소자의 5.6%
제도 마련 초기 가석방 인원은 많지 않았다.
1956년 가석방자는 500명으로 만기·가석방 출소자의 5.6%였고, 1957년 9.5%, 1958년 6.5%, 1959년 8.0%, 1960년 7.8%로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까지 한 자릿수 비율을 기록했다.
1963~1964년에는 만기·가석방 출소자 가운데 가석방 비율이 25% 안팎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다시 한 자릿수로 낮아지는 등 연도별 편차를 보였다.
1973년에는 각종 통첩과 지시 등에 흩어져 있던 기준을 하나로 정리한 ‘가석방 허가기준’이 마련됐다.
새 기준은 범죄 종류에 따른 차별을 지양하고 수용자의 교정성적과 교정시설 내 처우 단계 등을 가석방 심사에 반영하도록 했다.
기준 정비와 함께 가석방 인원도 크게 늘었다.
1973년 6286명이었던 가석방자는 1975년 1만2301명으로 증가했고, 1976년에는 만기·가석방으로 출소한 3만6582명 가운데 1만3355명인 36.5%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78년에는 ‘가석방심사 등에 관한 규칙’이 마련돼 교정시설이 허가기준을 충족한 수형자를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예비심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기능자격 취득자와 검정고시 합격자, 작업성적이 우수한 수형자 등을 우선 고려하도록 기준을 다시 손질했다.
현재는 교정시설이 일정 요건을 갖춘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범죄 동기와 죄명·형기, 교정성적과 건강상태, 출소 후 생계능력과 생활환경, 재범 위험성 등을 심사한다.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가석방 허가자는 1만2215명으로 2016년 7126명보다 5089명, 71.4% 증가했다.
조선시대에는 사면과 보방, 옥사 점검 등을 통해 구금 중인 사람을 석방하는 여러 방식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가출옥과 가석방 심사에 관한 규정이 법령으로 등장했다.
광복 이후에는 1953년 형법을 시작으로 심사 기준과 절차가 차례로 정비됐고 1950년대 수백 명 수준이던 가석방 인원은 시기별 증감을 거쳐 현재 연간 1만명을 넘어섰다.
가석방은 단순히 형기를 줄여주는 제도에서 벗어나 교정성적과 재범 위험성, 출소 후 생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회 복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발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