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대부분의 도시가 아직 잠에서 깨기 전 교도소에서는 하루 중 가장 이른 출소가 시작된다. 형기를 모두 마친 수형자가 담장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다.
가석방자는 통상 오전 10시에 석방되지만 형기종료자는 형기가 끝나는 날 오전 5시 이후 교도소 문을 나선다.
형기종료자의 출소가 오전 0시가 아닌 오전 5시 이후에 이뤄지는 데에는 담장 밖의 사정도 있다.
형집행법은 형기가 끝나는 날 석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그날이 시작되는 자정에 내보내도록 정하지는 않았다.
자정에는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드물고 가족이 마중 나오기도 어렵다. 여성과 노약자가 인적이 드문 시간에 혼자 이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지역사회의 안전도 고려됐다.
가석방자는 통상 오전 10시에 출소한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허가서에 별도의 석방일시를 지정했다면 해당 날짜와 시각에 맞춰 석방해야 한다.
사면이나 가석방, 형집행면제·감형에 따른 석방도 관계서류에 별도의 시각이 적혀 있으면 이를 따라야 한다. 시각이 지정되지 않았다면 해당 서류가 교정시설에 도착한 때부터 12시간 안에 석방해야 한다.
출소자는 수용생활 동안 입었던 지급품을 반납하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얼굴과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여러 차례 문을 통과해 마지막 철문을 나서면 수용자로서의 생활도 끝난다.
교도관들은 죄를 짓고 들어온 수용자를 관리하지만 오랜 기간 한 공간에서 생활을 지켜본 수용자가 출소하는 날이면 다시는 교도소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짧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수도권의 한 교도관은 “오랫동안 얼굴을 봤거나 수용생활을 잘했던 사람이 나가면 비록 죄를 짓고 들어왔지만 ‘밖에서는 꼭 성실히 잘 살아라’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길게 표현하지는 못해도 ‘다시는 들어오지 말고 잘 지내라’고 한마디 건넨다”고 말했다.
반면 교도관들은 가족이 찾아오지 않거나 돌아갈 곳이 뚜렷하지 않은 출소자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 교도관은 “누군가는 정문 앞에서 가족이 기다리지만 혼자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 출소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교도관들의 마음까지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소 준비는 정문이 열리는 당일보다 훨씬 앞서 시작된다.
형기 종료를 약 2개월 앞둔 수형자와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자는 석방 전 교육을 받으며 출소 이후의 생활계획을 세운다.
기초생활보장과 긴급복지, 주거·취업 지원 등 이용할 수 있는 제도도 안내받는다.
교정시설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석방 전 3일 이내의 기간 동안 별도 거실에서 상담과 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돌아갈 집이 있는지, 가족이나 보호자와 연락이 되는지, 혼자 귀가할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
가석방 예정자는 법무부에서 허가 예정자 명단이 내려온 뒤 본격적인 출소 준비에 들어간다.
담당자는 최종 허가 여부와 석방일시를 확인하고 관계서류와 가석방증을 준비하며, 가석방은 형기가 모두 끝난 것이 아니므로 남은 기간 지켜야 할 준수사항도 따로 설명한다.
형기종료자는 가석방 심사를 거치지 않지만 날짜 계산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루라도 늦게 내보내면 불법구금이 되고, 하루 일찍 내보내면 형기가 끝나지 않은 사람을 석방하는 문제가 생긴다.
수용기록 담당자는 판결문과 형기자료를 토대로 구속기간과 형기, 미결구금 산입일수 등을 거듭 대조한다. 출소를 앞둔 수용자가 날짜에 민감해지는 만큼 담당 직원도 마지막 확인을 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출소 당일에는 석방 사유와 시각을 다시 확인한다. 출소자는 교정시설에서 지급받은 물품을 반납하고 권리침해를 당한 일이 있었는지, 건의할 사항이 있는지를 설문서에 적는다.
교정공무원은 얼굴과 인적사항을 대조해 본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출소 후 필요한 사항을 안내한다.
본인 확인이 끝나면 보관금과 보관품을 돌려주는 절차가 이어진다. 보관금품 담당자는 입소 당시 맡아둔 물건이 빠짐없이 남아 있는지 살피고, 수용자가 보유한 돈과 개인 명의로 예탁된 금액을 정산한다.
교도작업에 참여한 수형자는 작업의 종류와 성적 등을 토대로 산정된 작업장려금도 받는다. 작업장려금은 원칙적으로 석방할 때 본인에게 지급하며, 출소자가 금액과 물품을 직접 확인하고 수령해야 반환 절차가 마무리된다.
출소자 한 명을 내보내기 위해 새벽부터 여러 부서가 움직인다.
수용기록 담당자는 형기와 석방서류를 살피고, 보관금품 담당자는 돈과 물건을 정산한다. 교도작업 담당 부서는 작업장려금을 계산하고, 가석방 담당자는 허가 사항을 확인해 가석방증을 준비한다.
보안과 소속 직원은 출소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마지막 계호를 맡으며, 사회복귀 담당자는 석방 전 교육과 귀가여비 지급 여부를 살핀다.
지방의 한 교도관은 “직원 한 명이 문을 열어 출소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 곳에서라도 확인이 누락되면 출소 직전에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정확한 석방을 위해 담당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다”고 전했다.
모든 출소자가 신분 확인을 마쳤다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는 석방 직전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필요한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은 교도소를 나오는 즉시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신병이 인계된다.
같은 날 석방되더라도 각자 밟아야 하는 절차에 따라 실제로 교정시설을 떠나는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귀가할 차비가 부족한 출소자에게는 국가예산으로 귀가여비를 지급한다.
보관금과 작업장려금만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필요한 교통비와 이동 거리에 따른 식비, 본인이 가진 돈을 함께 따져 지급액을 정한다.
거처가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주거·취업 지원사업도 안내한다.
출소는 철문 하나를 열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형기가 정확히 끝났는지 확인하고 수용생활의 마지막 정산을 마친 뒤 사회에서 다시 살아갈 최소한의 준비까지 살피는 과정이다.
오전 5시, 출소자가 몇 차례 뒤를 돌아본 뒤 담장 밖으로 향하면 교도관은 “다시는 들어오지 말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철문 안으로 돌아선다.
한 사람의 출소가 끝난 그곳에서는 오늘도 다음 출소자의 날짜와 서류, 보관품과 돌아갈 곳을 확인하는 일이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