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사고 엿새 만에 현장조사…野 ‘늑장 대응’ 공세

폭우 속 증거 유실 가능성도 제기
軍 “미확인 지대…안전 확보 필요”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이후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현장조사가 엿새 만에 이뤄지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야권은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반면, 군은 사고 직후부터 원인 규명에 착수했고 현장 진입에는 안전 확보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28일 정치권과 군 당국에 따르면 군과 유엔사는 지난 27일 사고 발생 이후 처음으로 합동 현장조사에 나섰다. 조사팀은 폭발 추정 지점 인근까지 접근했지만 실제 사고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 50분쯤 경기 파주 군사분계선(MDL) 인접 지역에서 발생했다. 육군 25사단 수색대와 공병대 등 18명이 신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가 두 차례 폭발해 수색대대장 등 간부 3명이 다쳤다.

 

당시 병력은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의심되는 구간에 대한 유엔사 현장조사를 준비하기 위해 투입됐다.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MDL 일대에서 철책과 지뢰지대, 전술도로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野 “왜 엿새 걸렸나”…유엔사 요구 거부 의혹도


야권은 사고 직후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석 연휴에 비가 내려 현장에 남은 파편 등 증거가 훼손되거나 유실될 수 있었는데도 조사가 늦어졌다는 주장이다.

 

유엔사가 사고 다음 날인 22일 신속한 현장조사를 요구했지만 군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사가 22일 25사단을 찾아 신속한 조사와 현장 출입, 보디캠 및 작전 참여자 인터뷰 공유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합동조사 시작일이 29일로 정해졌다가 27일로 변경된 점을 거론하며 “말 돌리지 말고 ‘누가 유엔사 신속 조사 요구 거부하고 29일로 정했는지’나 밝혀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조사 지연 경위와 대통령 보고·지시 여부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휴 동안 비까지 내렸다. 증거가 사라져 북한 책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때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고의적인 조사 지연, 사고 축소 은폐, 모두 대통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6월 북한군 MDL 침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있었고 대통령은 어떤 지시를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고 은폐를 지시했다면 이적 행위와 외환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만 현재까지 이 대통령이 현장조사 지연을 지시했거나 군 당국이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조사를 고의로 늦췄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현장 진입이 늦어진 것과 별개로 사고 직후부터 원인 규명 작업을 진행했다며 ‘늑장 대응’ 의혹에 반박하고 있다.

 

군은 사고 다음 날인 22일 부상 장병의 장구류와 화약흔 채취 거즈, 수술 과정에서 제거한 파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작전 참여 장병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당시 착용했던 보디캠 2대의 영상도 분석하고 있다.

 

현장조사에 시간이 걸린 데 대해서는 사고 지역의 위험성을 이유로 들었다. 사고 지점이 MDL에 인접한 미확인 지뢰지대인 데다 기존 수색로가 없어 조사 인력을 투입하기에 앞서 안전한 이동로를 확보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군과 유엔사는 지난 26일 조사 인력과 작전병력 등 20여 명을 DMZ에 투입해 이동로 안전성과 감시·통신 상태를 점검했다.

 

이튿날에는 군 작전병력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관계자, 조사기관 인력 등 40여 명이 투입돼 지뢰 정밀 탐색과 기동로 확장 작업을 벌였다.

 

합참은 “현장 조사 지역은 DMZ 내 미확인 지뢰지대로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작전 수행 인원들의 피로도도 극심하다”며 안전을 고려해 작전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