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심 청구 전 기록 사라질라…공소청 개정안도 공백

보존기간 지나면 폐기 가능
전국 폐기 규모 통계도 없어

 

검찰청이 보관 중인 수사·재판 기록은 오는 10월 2일 공소청 출범과 함께 관할 공소청이나 지청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재심을 준비하는 당사자가 기록 폐기를 유예하거나 보존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 절차는 이번 후속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29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4일 검찰보존사무규칙의 명칭을 공소청보존사무규칙으로 바꾸고 기록 관리 기관을 정비하는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 부칙 제2조는 시행 당시 검찰청이 보존하고 있는 기록을 그에 대응하는 공소청 또는 지청이 보존하는 것으로 했다.

 

이에 확정 사건과 불기소 사건 등의 기존 기록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아닌 관할 공소청과 지청이 승계한다.

 

보관 기관은 달라지지만 기록별 보존기간은 현행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기록은 원칙적으로 형의 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보존한다.

 

무죄·면소·형의 면제·공소기각·선고유예 사건과 불기소 사건은 공소시효를 기준으로 보존기간을 정한다.

 

보존기간이 지난 종이 기록은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 등을 거쳐 폐기할 수 있다.

 

개정안은 폐기 허가권자를 검찰청장에서 공소청장으로 변경했지만,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사건의 기록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대검찰청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소청 출범에 맞춰 재심 준비 사건의 기록 폐기를 유예하거나 보존기간을 별도로 연장하는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심 절차가 이미 시작된 사건과 달리 당사자나 변호인이 재심 청구를 위해 기록을 검토하거나 새로운 증거를 찾는 단계는 별도의 보존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재심을 준비하는 사이 보존기간이 끝나면 기록이 폐기될 수 있지만, 당사자가 폐기 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도 없다.

 

과거 재심 사건에서도 수사·재판 기록이 이미 폐기돼 변호인 등이 외부에 남아 있던 자료를 찾아야 했던 사례가 있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돼 있던 기록 사본을 토대로 재심이 진행됐다.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기록 등이 활용됐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수사·재판 기록은 형의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기록 관리 체계도 공소청 출범에 맞춰 정비된다.

 

공소청은 공소청기록물관리시스템과 전자기록보존시스템을 통해 전자문서와 종이 기록을 전자화한 문서를 관리한다. 다만 전자 형태로 저장된 기록도 반드시 영구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전산정보처리시스템으로 작성된 전자문서의 폐기 기준은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형의 시효가, 무죄·면소 등의 재판이 확정된 사건과 불기소 사건은 공소시효가 폐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사건 등은 법령이 정한 요건에 따라 영구 보존하거나 폐기 시기를 늦출 수 있지만,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폐기를 미룰 수 있는 조항은 없다.

 

해마다 폐기되는 형사사건 기록의 규모도 전국 단위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월 본지의 최근 10년간 형사사건 기록 폐기 건수에 대한 질의에 “전국 검찰청 차원의 통계를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아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재심 청구 전에 기록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기록이 오래 남아 있어야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종결된 사건을 사후에 검증할 수 있다”며 “기록이 보존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가권력의 행사를 더욱 신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존기간 연장과 아직 폐기되지 않은 기록에 대한 소급 적용, 종이 기록의 전자화 등 현실적인 대안을 포함해 제도 개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