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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피해자였다’는 말이 판결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

    ‘나는 피해자인데, 왜 여기 갇혀 있어야 하지?’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수용시설에 들어가게 된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상선의 지시에 따라 계좌를 제공하거나 현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범죄 조직의 구조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억울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범죄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 재판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적이고 분업적인 구조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단순 전달책이나 계좌 명의자라 하더라도 범죄 실행 과정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몰랐다”거나 “나도 속았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이 쉽게 부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유죄 판결이 선고되어 수용시설에 있는 경우라면, 이후 절차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형이 확정된 이후에는 항소나 상고와 같은 통상적인 불복 절차를 활용할 수 없고, 재심이나 비상상고 등 매우 제한적인 절차만 남게 된다.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의 경우 법원은 이를 조직적 민생 범

    • 이길상 변호사
    • 2026-01-27 22:10
  • 재범 사건은 더 조심스럽게 들여다봐야 한다

    사건 기록을 살피다 보면 동종전과 이력이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재범 사건은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다. 범죄 사실에 ‘다시’라는 전제가 붙은 순간부터 수사기관과 법원은 동일한 행위를 전혀 다른 무게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실수를 '습관적으로' 반복할 때가 있다. 습관적으로 방 불을 끄지 않고 나오기도 한다. 마시다 남은 물잔을 정수기 물받이통 위에 그대로 두고 오기도 한다. 파일을 저장하지 않은 채 창을 닫아버리는 실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것은 위의 예시처럼 단순한 실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과거에 엄정한 법의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 다시 선을 넘은 것이기에, 이번에는 '이 사람이 진정으로 교화 가능할지'에 대한 것이 더욱 심도있게 평가된다. 이는 형사사법 체계가 반복 범죄를 사회적 위험 신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범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실제 생활이나 정황 속에서 확인되는지이다. 이러한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판단은 빠르게, 그리고 단정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사건에서는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이 다르다는 주장이나 범행의 경미함을 강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신승우 변호사
    • 2026-01-26 19:06
  • 무고를 종용한 변호사, 자격정지로 남은 한 사건의 기록

    사법 기록을 들여다보면 때로는 사건의 본질보다 더 큰 문제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변호사와 미스코리아 출신 파워 블로거 사이의 불륜 스캔들도 그런 사건이었다. 사건 초기에는 불륜 여부가 관심의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강간치상 무고를 교사했다는 의혹이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해당 여성은 과거 증권회사 임원 A씨와 술자리를 갖던 중 말다툼 끝에 술병에 머리를 맞아 전치 2주의 열상을 입었다. 이 사건의 법률 대응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사건 처리 방향이었다. 당시 여성은 신체 접촉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변호사가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는 합의금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은 결국 무고 교사 혐의로 수사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허위 고소를 유도해 합의금을 노렸다는 정황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1심 법원은 해당 변호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와 상고가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

    • 김상균 변호사
    • 2026-01-26 19:06
  • 확정 판결 이후에도 남아있는 법의 절차

    형사 사건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대부분은 이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우 더 이상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판결 확정과 모든 법적 절차의 완전한 종료는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다만 분명히 짚어야 할 점도 있다. 이미 재판부가 판단을 내린 사건의 결론을 다시 바꾸는 일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형사 절차에서 확정판결의 효력은 강하게 보호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판결 이후에도 일정한 법적 절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다만 이러한 절차는 일반적인 불복 절차와 달리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허용된다. 이러한 제도의 대표격이 바로 재심이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지만 단순한 억울함이나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만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 당시 사용된 증거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거나, 증인의 허위 진술이 확정판결로 확인된 경우, 또는 판결의 결론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등에 한해 재심이 가능하다. 이처럼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실제로 재심 개시가 인정되는 사건은 많지 않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는 까닭은, 잘못된

    • 황순철 변호사
    • 2026-01-22 19:15
  • 1심 실형 이후 항소심은 무엇을 보나

    항소심을 기다리는 수용자에게 밤은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수용시설에서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는 시간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긴 불안을 견뎌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1심 실형이 선고되면 상당수 피고인은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항소심은 단순히 1심 판결을 반복하는 절차가 아니다. 사실관계와 양형 판단을 다시 검토하는 단계이며, 이후 상황과 정황 역시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음주운전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범행 이후의 태도와 변화 가능성이 중요한 양형 요소로 고려된다. 따라서 항소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한 후회 표현보다 사건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찰이다. 왜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었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가족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이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리될 때 재판부는 피고인의 변화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변화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 백홍기 변호사
    • 2026-01-22 19:15
  • 재판은 증명된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1심에서 패소한 당사자들이 항소를 고민하며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대체로 비슷하다. “내 얘기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판결이 한쪽 주장만 받아들인 것 같다”는 호소다. 때로는 전임 변호사의 대응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과 실제 판단의 문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건에서 재판부는 제출된 주장과 증거를 중심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법리를 적용해 결론을 도출한다. 사건 수가 많고 제한된 시간 속에서 판단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재판 결과는 당시 제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한 판단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재판은 사실 자체가 아니라 증명된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아무리 억울함이 크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인 자료와 구체적인 정황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정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실제로 항소심에서 다뤄지는 주요 쟁점 역시 새로운 주장보다는 기존 사실관계에 대한 입증의 부족이나 증거 해석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조세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실질과세의 원칙 역시 단순한 주장만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형식상 명의와 실질적 지배 및 이익

    • 조은 변호사
    • 2026-01-22 08:47
  • 법과 규정에도 눈물이 있다

    2003년 전남 진도 ‘송정저수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장동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넘게 복역했다.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였다. 이 사건은 2017년 재조사가 시작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준영 변호사가 장씨를 도와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개시를 위한 재판 과정에서 2003년 당시 수사의 허점들이 드러났다. 재심 결정이 이뤄진 뒤에도 장씨는 곧바로 출소하지 못했다.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형의 집행을 멈춰달라는 형집행정지 신청을 넣었지만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장동오씨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중환자실에 누워 독한 항암치료도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4월 2일, 드디어 형집행정지 결정이 나오던 날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그의 왼손과 왼발엔 수갑이, 오른발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진 채였다. 현직 교도관으로 병원에 근무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유독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다. 교도소 내 중증 환자는 외부에서만큼의 치료와 관리를 받기 힘들고 병원에 입원해서도 전자발찌와 발목, 손목에 수갑을 찬 채 있어야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교도관들은 수용자의 어려움을 가슴 아프

    • 천동성
    • 2026-01-20 18:06
  •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남긴 세 가지 시사점

    이달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체포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범인도피 교사),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직권남용),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후 폐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손상),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는 유죄로 인정하고, 외신 허위공보(직권남용)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전직 대통령 개인의 형사 책임을 넘어,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겪게 될 많은 이들이 반드시 곱씹어 볼 만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이번 판결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공수처 ‘인지수사’의 범위가 사실상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영장 집행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법문만 놓고 보면 내란죄가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공수처는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논리로 맞섰고, 재판부는 별다른 장황한 설명 없이 이

    • 곽준호 변호사
    • 2026-01-19 20:16
  • 진술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지인 관계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진술이 존재하고 물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사건의 판단이 진술의 신빙성에 크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은 중요한 증거로 기능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증거라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검증 절차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진술의 신빙성은 전제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와 정황을 통해 확인되는 과정 속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지인 간 사건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존재하고 사건 전후의 행위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사건 당시의 동선, 행동, 시간 흐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숙박시설 출입 기록이나 CCTV와 같은 객관적 자료는 진술을 교차 검증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건에서는 이러한 객관적 증거 확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술 중심으로 사건이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자료가 존재했는지뿐 아니라 확보 시도가 있었는지, 확보가 어려웠다면 그 이유가 무

    • 이홍열 변호사
    • 2026-01-19 20:16
  • 형사절차의 공정성은 ‘설명’에서 시작된다

    헌법은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에게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헌법 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 역시 변호인의 접견과 서류 수수 등 방어권 보장을 위한 기본 장치를 두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4조). 문제는 이 권리가 규정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수용자와 가족이 가장 큰 혼란을 겪는 시점은 사건 직후다. 정보는 부족하고 시간은 촉박하다. 이때 무엇이 가능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판단은 감정과 불안에 의존하게 된다. 그 틈에서 과장된 말이나 확인되지 않은 약속이 개입할 여지도 커진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수사를 위한 강제처분이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를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로 제한하고 있으며(형사소송법 제70조), 영장실질심사는 이러한 요건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판단이 이루어지는 절차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이처럼 판단 기준이 비교적 명확함에도, 실제 대응은 준비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족이 준비할 수 있는 자료는 의외로 단순하다. 주거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임대차계약서, 등기부 등), 직업과 생계를 보여주는 자료

    • 김상균 변호사
    • 2026-01-15 17:00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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