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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면은 어떻게 설득을 만들까

    사무실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사건기록이다. 파일을 펼치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사실관계’다. 법률 문서는 결국 사실관계를 토대로 작성되며, 그 기초가 흔들리면 그 위에 세워진 논리 역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적 분쟁에서 당사자들은 종종 결론을 먼저 묻는다. “이길 수 있는지”, “실형 가능성이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에 앞서 확인되어야 할 것은 사건의 사실관계다. 기록과 자료를 통해 무엇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입증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률 문서는 종류와 관계없이 일정한 구조를 갖는다. 소장, 준비서면, 변호인 의견서, 항소이유서 모두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된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평가인지, 다툼 없는 사실과 입증이 필요한 사실은 무엇인지, 핵심 쟁점과 부수적 요소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구분이다. 이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장의 표현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법원은 표현의 화려함보다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문서는 제목, 사실관계, 법리, 결론의 구조를 따른다. 제목은 방향을 제시하고, 사실관계는

    • 김상균 변호사
    • 2026-01-14 22:08
  • 형사사건의 골든타임

    동명의 의학 드라마를 통해 많이 다뤄진 의학계 용어가 있다. ‘골든 타임(정확히는 ‘골든 아워’)’이라고 하는데, 환자가 중상을 입은 후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이 시간 내에 적절한 응급 치료가 이루어지면 중상을 입었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반면 이 시간을 놓치게 되면 생존 가능성도 급감한다. 형사절차에도 이런 ‘골든타임’이 있을까? 형사사건에 연루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사건 초기에는 상황을 충분히 돌아보고 파악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진술은 본인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초기 기록은 추후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 수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 형사절차에서 초기 진술은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된다. 피해자의 경우 본인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고, 가해자가 어떤 행위를 했으며, 이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등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야 한다. 사건 초기에는 상황을 충분히 돌아보고 증거를 파악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지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흘러나온 말로 기록을 남겨서는 안된다.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은 기록으로 남아

    • 이정민 변호사
    • 2026-01-14 22:08
  • 가석방의 요건과 실무적 절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석방 인원을 30% 정도 확대하도록 지시했고, 9월 가석방 출소 인원은 1218명으로 지난 5~8월 월평균 가석방 인원(936명) 대비 약 30% 증가했다. 법무부는 지난 11월 ‘2026년 가석방 확대안’을 통해 월평균 가석방 허가 인원을 2025년 1032명에서, 2026년에는 약 1340명으로 전년 대비 30% 확대하여 재범 위험성이 낮은 수형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석방에 관련된 규정으로는 형법(제72조~제76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제119조~제122조), 같은 법 시행규칙(제236조~제263조), 가석방 업무지침 등이 있다. 형법 제72조에서 정한 가석방의 허가요건은 징역‧금고의 집행 중인 자가 최종 형기 종료일 기준으로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고, 행상이 양호하며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경우다.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등으로 인해 1개의 판결로 수 개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도 ‘각 형의 형기를 합산한 형기’나 ‘최종적으로 집행되는 형의 형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각 형의 형기’를 의미한다. 즉, 수 개

    • 박상민 변호사
    • 2026-01-14 10:09
  •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

    성범죄 사건은 다른 형사사건보다 진술의 비중이 크게 작용한다. 물적 증거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사건의 판단이 진술의 내용과 구조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범죄 사건에서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내용 자체뿐 아니라 그 진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자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 과정을 통해 사건의 사실관계가 규명된다는 점에서 피해자 진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건의 방향은 기소도, 재판도, 선고도 아닌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점인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정해진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점이며 이후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다. 같은 사실 관계라도 초기 진술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었는지에 따라 사건은 전혀 다르게 기록된다. 형사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 다만 그 전제는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당시엔 혼란스럽고 충분히 설명할 여유가 없더라도 피해를 입었다면 나의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해 기록에 남게 해야 한다. 진술의 구체성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다. 실제 경험에 기반한 진술은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진술이 단편적

    • 김영훈 변호사
    • 2026-01-14 00:58
  • ‘침대 변론’ 비판이 흔들 수 없는 형사재판의 원칙

    최근 내란 관련 재판이 변론 종결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당초 변론 종결일로 예정되어 있던 1월 10일 기일이 김용현 피고인 등의 변론이 길어지면서 1월 13일로 속행됐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침대 변론’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변호인들의 변론 방식과 재판장의 재판 지휘를 비판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행위가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원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했고, 실제로 국회에 특별한 비상 상황이 없음에도 경찰과 군이 출동하는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의결권을 침해한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국회 일대의 평온을 해쳤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은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견해와는 별개로 지금 ‘재판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변호인들 및 재판부를 향해 쏟아지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이 사건은 내란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했는데, 해당 법률에 의하면 1심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그러나 사건의

    • 곽준호 변호사
    • 2026-01-12 19:02
  • 형 확정 이후 민사·가사 재판 시 필요 절차는

    형사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민사나 가사 문제는 별도로 진행된다. 이혼, 양육비, 재산분할, 손해배상 같은 분쟁은 형사 사건과는 별대로 진행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결수로부터 민사나 가사 사건에 대한 문의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사건의 내용이나 절차 자체보다 ‘시작 단계’가 훨씬 어렵다.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미결수처럼 방어권을 행사하는 절차에 있지 않고 형이 집행되는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교정·수형 질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변호인 접견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로 취급되지 않는다. 기결수의 변호인 접견은 재심이나 비상상고, 형 집행정지 신청, 새로운 형사사건의 대응, 이미 진행 중인 민사·가사·행정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법률 대응 등과 같이 구체적인 법률 절차와 직접 연결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향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막연한 상담은 제한되거나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민사 또는 가사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면 실제로 소송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지, 그리고 법원에 제출할 소장에 바로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정리되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건의 성립 가능성이 먼저 검토되어야 하는

    • 배희정 변호사
    • 2026-01-12 19:02
  • 가석방이라는 한 줄기 희망을 기다리며

    얼마 전, 어떤 수용자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뗀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아들이 성범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데, 수용자 가족 커뮤니티에서 ‘가석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혹시… 가능성이 있을까요?” 말끝을 흐리며 묻는 질문 속에는 죄를 덮어달라는 요구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항변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흐른 뒤라도 아들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면,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부모 마음인지라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간절하게 ‘가석방’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가석방이라는 문은 과연 어떻게 열리는 것일까? 가석방이란 형법 제72조에 따라 자유형의 집행을 받고 있는 자가 ‘행상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 일정한 조건 아래 형기 만료 전에 석방하는 행정 처분을 말한다. 동법 제76조에는 가석방 이후 조건 위 반으로 취소되거나 실효되는 일이 없다면 가석방 기간 이후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수용자가 충분한 반성을 보이고 있으며, 형기 만료 이전에 사회로 복귀하더라도 재

    • 조범석 변호사
    • 2026-01-10 19:08
  • 변호인은 말하기보다 '듣는 사람'이다

    법률 지식으로 정형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재판의 절차만 안내하는 것으로 변호사의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을까?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사건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응 방식이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형사절차는 단기간에 끝나는 일은 아니다. 조사부터 재판까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도 걸린다. 그 시간 내내 변호사는 의뢰인의 곁에서 법무를 대리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단순히 어려운 법률 서류를 대신 제출하는 사람은 아니다. 형사 사건을 맡다 보면 사건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를 본다. 그 이유는 단순히 사건의 특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변호인이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했고, 말해야 할 때는 침묵하고, 의뢰인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법적 논리만을 내세우는 경우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는 ‘먼저 듣고’ ‘뒤에 묻는’ 변호사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는다는 것은 나를 대신해 생각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변호사에게 법률 지식은 기본 소양인 것이고 그에 더해 의뢰인의 말을 듣고 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변호사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직 자기 사건에 대해 누군가에게 제대로 털어놓아 본 적 없는 경

    • 안주영 변호사
    • 2026-01-09 19:02
  • 자백과 부인은 각각 어떨 때 의미가 있나

    형사사건에서 ‘자백’과 ‘부인’은 일견 단순한 선택처럼 보인다. 자백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고, 부인은 혐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의 현장에서 이 두 선택은 결코 단순한 진실 고백이나 부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백과 부인은 각 사건이 가진 증거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선택되어야 할 전략적 판단에 가깝다.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자백과 부인은 재판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이익과 불이익의 문제다.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에 대한 자백’을 흔히 ‘진지한 반성의 태도’로 평가한다. 실제로 양형 단계에서 자백 여부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다만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반성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선택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최근 형사사건의 상당수는 CCTV, 블랙박스, 위치정보 등 명백한 물적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된다. 특히 교통사고, 폭행, 성범죄 사건에서는 행위 자체가 영상으로 특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건에서 수사 초기 단계에 어떤 영상과 기록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부인을 선택하는 것은, 설령 억울한 사정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 박준용 변호사
    • 2026-01-09 12:30
  • 항소심에서 요구되는 세 가지

    항소심은 1심 판결에 내재한 사실 오인과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감정이 아닌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경찰 수사 현장 최일선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하며 직접 목격해 온 현실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예단이나 고소인의 일방적 진술이 판결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았다. 특히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사건일수록 피고인은 이미 ‘가해자’로 규정된 상태에서 방어를 시작하게 되는 구조적 불균형에 놓인다. 이러한 왜곡된 출발선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핵심 과제다. 항소심은 1심 판단을 기초로 심리하는 사후심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단순한 억울함의 호소는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항소심에서 요구되는 것은 감정이 아닌 논리다. 첫째,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원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간과되었거나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진술의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실관계가 확대·변형되거나 새로운 요소가 덧붙여진 양상을 명확히 드러내는 작업이 핵심이다

    • 정봉광 변호사
    • 2026-01-09 09:30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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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6년 07월 20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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