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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와 검색의 시대, 법률 정보는 왜 더 혼란스러워졌을까

    최근 의뢰인과 상담을 하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의뢰인이 “이게 맞지 않나요?”라며 본인이 찾은 법률 지식을 내게 역으로 제시하신 것이다. 그런데 살펴보니 내용이 실제 법이나 판례와 전혀 맞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놓친 법 개정이 있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차분히 정리해 보니 대부분 AI의 설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검색을 통해 접한 정보들이었다. 이유를 알게 되자 오히려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터넷 검색, AI, SNS까지 더해지면서 법률 정보에 접근하는 통로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문제는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그대로 사실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딥러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고도로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조문을 실제처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포털 상단에 노출되는 법률 게시글들 역시 상당수가 광고 목적의 글이고, 법률 카페에서는 회원들끼리의 경험담이나 추측을 섞어가며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빠르게 퍼지지만, 정확성은 점점 희석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단순히 ‘틀렸다’는 차원을 넘어 실제 법률 분쟁에서 당사자의 판단을 왜

    • 배희정 변호사
    • 2026-01-08 17:30
  • 형사변호사가 보낸 일주일의 기록

    월요일 월요일 새벽 5시 1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구속된 의뢰인의 시간은 밖의 시간과 다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나의 오늘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으로 한 주의 아침을 연다. 출근 전 루틴은 늘 같다. 오늘 접견이 예정된 이들의 사건기록 핵심 쟁점을 1쪽으로 정리하고, 접견에서 반드시 확인할 질문 7개를 작성하고, 접견 후 즉시 실행할 목록을 확인한다. 오전에는 항소심 사건기록을 다시 훑었다. 점심 무렵, 구치소 접견을 다녀왔더, 나오는 길에는 오늘 접견 내용을 정리한다. 내용이 문서로 남아야 접견이 완성된다. 화요일 화요일은 오전에는 가족 상담이 있었다. 가족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묻는다. “언제 나올 수 있나요?” 그리고 “정말 가능한가요?” 나는 그들에게 가능성의 범위를 숫자로 명확하게 설명한다. 오후에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책상에 사건기록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원칙이다. 기록이 쌓이는 순간 그 안에 있는 사람도 함께 먼지 묻은 채 쌓인다. 그래서 나는 사건을 3단계로 분류해 곧장 검토한다. A는 서면 검토로 즉시 국면이 바뀌는 사건, B는 추가 증거 확보

    • 김상균 변호사
    • 2026-01-08 08:52
  • 상소권 회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교정시설 내에서의 시간은 외부와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 외부와의 연락은 제한되고, 서류 전달에도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판결 선고 사실이나 재판 일정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소 기간이 지나 형이 확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사건에서 항소는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다만 법은 예외적으로 ‘상소권 회복’ 제도를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45조에 따르면, 상소할 수 있는 자가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 내 상소하지 못한 경우에는 상소권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상소권 회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소권자가 누구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법은 피고인뿐 아니라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변호인에게도 상소권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상소를 하지 못한 사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정’에 해당해야 한다. 이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된다. 단순히 항소 사실을 몰랐거나, 개인적 사정으로 기간을 놓친 경우는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질병이나 입원, 주소 변경으로 인한 통지

    • 조범석 변호사
    • 2026-01-06 22:31
  • 형사절차에서 접견의 실질적 기능

    재판이나 촬영 등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변호사들은 한 주를 구치소 접견으로 시작한다. 외부의 일상과는 달리, 구치소 내부는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마주하는 특수한 환경이다. 이 접견은 단순한 면담을 넘어 형사절차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피고인은 수사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사실관계와 개인적 사정을 직접 설명할 수 있고, 변호인은 이를 바탕으로 사건의 쟁점과 방어 방향을 구체화하게 된다. 결국 접견 과정은 재판에서 다뤄질 주장과 증거의 기초가 되는 출발점이다. 법조계에는 ‘사건의 답은 기록에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기록은 수사기관의 시각에서 정리된 자료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사건의 전후 맥락이나 당시 상황, 피고인의 인식과 같은 요소는 기록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피고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형사 변호 과정에서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 접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변호사와의 면담 기회를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피고인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재판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접견이 형

    • 조은 변호사
    • 2026-01-06 08:17
  • 항소심은 무엇이 다른가

    항소심은 단순히 결과를 다시 기대하는 절차가 아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원심 판단의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양형부당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단계다. 따라서 1심과 동일한 주장이나 방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판결이 변경되는 사례를 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확인된다. 첫째, 쟁점의 범위를 좁혀 핵심을 집중적으로 다투는 경우다. 항소심에서는 사건 전체를 다시 다투기보다, 원심 판단의 핵심 근거 중 논리적 균열이 있는 부분을 특정해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을 필요로 하는 만큼, 주요 증거 또는 사실관계 중 일부라도 신빙성이 흔들리면 전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증거보다는 기존 자료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다. 항소심에서 전혀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기존에 제출된 진술이나 정황 증거를 다른 관점에서 재구성하면서, 1심에서 간과된 모순이나 해석의 여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일한 자료라도 해석 방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항소심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셋째,

    • 백홍기 변호사
    • 2026-01-06 08:17
  • 어느 컴퓨터 수리공의 눈물

    “조은 변호사, 이 사건 당사자가 너무 억울하다고 하는데, 구치소 가서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나?” 로펌에서 어쏘 변호사로 지내던 어느 여름날, 파트너 변호사의 권유로 사건 하나를 맡게 되었다. 사건 자체는 간단했다. 컴퓨터 수리기사가 고객의 집에 가서 컴퓨터를 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위계에 의한 간음’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고인은 1심에서 법정 구속이 되었고(피고인은 스스로는 너무나도 떳떳했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회사나 가족 등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억울한 마음에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줄 변호사를 찾아 나선것이었다. 우선 판결문을 확인했다. 그런데 얼추 봐서는 피고인의 잘못으로 해석될 여지가 너무 많았다. 동료 변호사들과 논의를 해봤지만 우리가 2심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이미 1심에서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했고, 그 피해자의 진술 역시 일관적이었다. ‘이를 어쩐다….’ 심란한 마음을 품고 의뢰인을 만나러 구치소로 향했다. 피고인은 역시나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피고인의 말에 사건을 뒤집을 만한 요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고인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었고,

    • 조은 변호사
    • 2025-12-29 20:24
  •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 느껴질 때

    사람이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말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 느껴질 때다. 처음에는 설명하려고 한다. 억울하다는 말도 하고,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말들이 실제 기록으로 남고,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역으로 질문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몇 번 겪고 나면 사람은 깨닫게 된다. 말을 할수록 상황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을. 필자의 의뢰인도 그랬다.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했지만, 더 자세한 설명은 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수심이 드리워진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이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불리해진다는 걸 몸으로 배운 사람의 태도였다. 이미 여러 번 설명해 봤으나 그때마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걸 느낀 듯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말수를 줄인 게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의뢰인의 그 선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형사사건 변호를 하다 보면 억울함에 이것저것 말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는 이들도 종종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사건 기록보다 먼저 의뢰인의 태도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사람은 억울하다고 계속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잘못을

    • 이정민 변호사
    • 2025-12-29 20:24
  •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 왜 ‘기능’이 핵심이 되는가

    전기통신금융사기와 자금세탁 사건의 어려움은 범죄 구조가 이미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기망, 계좌 이동, 인출·전달, 조직적 지시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기능만 수행돼도 전체 범죄가 작동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 전모를 인식했는지보다 범행 구조 내에서 어떤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했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범죄 실행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주는 전통적 보이스피싱을 넘어 주식 리딩방 투자 권유, 로맨스 스캠, 가짜 투자 사이트, 메신저 피싱 등 다양한 방식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확장되고 있다. 법원은 구체적 기망 내용보다 ‘통신을 이용한 기망 및 송금 유도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금세탁 또한 이 범죄 구조의 핵심 기능으로 보아 엄중하게 평가된다. 계좌 양도나 인출·송금 등 자금 이동을 담당한 경우, 법원은 이를 ‘범죄 완성을 위한 실질적 기능 수행’으로 판단 하고, 단순 계좌 제공만으로도 범죄 인식 가능성을 추정 하는 경우가 많다. 입출금 패턴이 비정상적이면 ‘몰랐다’ 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필요한 전략은 피고인의

    • 양정훈 변호사
    • 2025-12-23 17:52
  • 억울한 상황에서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성범죄 사건을 맡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속도’다. 사건은 빠르게 굳어지고, 한번 굳어진 인상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경우에는 진술이 전부인 경우가 많고, 그 진술이 곧 사건의 프레임이 된다. 그 프레임이 사실관계의 촘촘한 확인보다 ‘분위기’와 ‘감정’쪽으로 먼저 달려갈때 문제가 생긴다.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의 말을 무조건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이 사실과 정합적인지,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 ‘증명’의 기준에 따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도 출발할 당시에는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진술 대 진술’ 상황이었다. 의뢰인은 캠프에서 알게 된 여성과 술 을 마신 뒤, 피해자가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음을 이용해 간음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는 이렇다. 의뢰인이 피해자를 방으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침대에 눕히고 성적 행위를 시도했으며, 잠에서 깬 피해자가 이를 거부해 준강간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은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거짓으로 치부하며 부정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변호인의 역할은 그 사이에서

    • 안지성 변호사
    • 2025-12-23 17:52
  • 마약 사건은 무게로 끝나지 않는다

    마약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변호사님, 제 사건은 마약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이다. 특히 마약의 무게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 연루된 이들일수록 이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수사기록에 적힌 수치, 압수조서에 기재된 무게, 감정서에 등장하는 숫자 하나만을 보고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고 체념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마약 사건을 오랜 시간 다뤄온 실무자의 입장 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마약 사건은 숫자 하나만으로는 절대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상당 기간 마약 사건을 전담해 왔고, 마약 분야 공인전문검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관련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마약 사건은 여전히 주요 한 필자의 업무 영역 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마약 사건에서 핵심은 ‘얼마나 많은 양이 나왔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무게가 어떤 과정과 기준을 통해 산출됐는지, 그리고 그 수치가 피의자의 실제 행위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다. 이른바 ‘마약 무게 사건’을 다

    • 신승우 변호사
    • 2025-12-18 10:04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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