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한국 수사 현장에서 ‘프로파일링’은 아직 낯선 개념이었다.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였던 표창원 소장은 반복되는 미제와 참혹한 범죄 현장을 마주하며 기존 수사 기법의 한계를 절감했다. 이후 그는 영국 유학을 통해 범죄 심리와 프로파일링을 체계적으로 접했다. 연쇄살인 사건을 연구하며 표 소장은 자백과 목격 진술 중심으로 굳어진 한국 수사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잇따른 재심 무죄 사건과 범죄자들의 편지, 수사 현장의 현실을 지켜보며 그는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그 변화를 허용할 구조와 시간·자존감을 사회가 얼마나 감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프로파일링 도입부터 재심과 재범, 변화의 조건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영국 유학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게 되셨나요? A. 유학을 결심할 당시에는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당시 화성경찰서 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야산에서 증거물 수색을 하다가 14살 피해자의 시신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8차 사건까지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30년 넘게 교정 현장에서 수용자 곁을 지켜온 박종덕 교도관은 사범대에서 역사를 전공했지만 교사 대신 교도관의 길을 택한 그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무죄가 확정된 윤성여씨와 1993년 처음 만났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윤씨를 위해 신원보증을 서고, 가석방 이후에는 취업과 거처까지 도운 인물이다. 2019년 이춘재의 자백 이후 재심 과정에서는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서 “무죄라고 믿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수용자에게서 온 편지 수백 통에 일일이 답장을 보내고, 출소자로부터 6년째 감사 문자를 받고 있다는 그는 “죄명보다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도관에게서 윤씨와의 인연, 교정의 의미, 그리고 후배 교도관과 수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Q.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 대신 교도관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맞습니다. 원래는 역사 교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교도관 시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아버지가 “학생만 가르치는 게 교육이 아니다. 교도소에서 사람을 바꾸는 것도 교육이다”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크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시험을 본 뒤 1993년 청주교도소에 발령을 받으면서 교정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마약, 보이스피싱, 강력범죄처럼 중대 형사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재판 결과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그러나 실제 법정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혐의의 무게만이 아니다. 구성요건 해당성, 고의 인정 여부, 공모 범위처럼 세밀한 법리 검토와 함께, 사건의 사실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고 기존 판례와 어디서 같고 다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재판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판결문 공개와 판례 데이터 축적이 확대되면서 형사재판 실무의 분석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유사 사건의 양형 흐름과 판단 경향을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데이터가 많아졌다고 해서 결론이 자동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재판은 추상적인 법리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다. 안지성 변호사는 “중대 사건일수록 법리 자체보다 그 법리를 어떤 사실관계에 적용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례 분석 역시 결론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내 사건과 유사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지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중대 형사사건일수록
30년 넘게 교정 현장을 지켜온 장선숙 교도관은 스스로를 “수용자를 끝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법학과 직업학을 공부하며 수용자의 재사회화를 돕고, 때로는 교도관 조직의 직무 환경까지 연구해 온 그는 교정을 “쉽게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오래 견디는 일”, 즉 ‘짝사랑’에 비유한다. 재범의 현실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오늘도 한 사람의 삶을 붙잡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장 교도관에게 교정의 의미와 수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재직 중 방송대에서 법학을 공부하셨고 이후에는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직업학 박사까지 취득하셨습니다. 교도관으로서 수용자·출소자에게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린 나이에 교도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현장에 들어가 다양한 환경의 수용자를 마주해야 했지만, 사건이나 소송 절차를 궁금해하는 수용자들에게 기본적인 설명조차 제대로 해주기 어려운 현실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금처럼 법률구조공단이나 국선변호인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라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법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사회복귀 업무가 본격화되던
정치적으로 민감한 중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법 시스템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 과정에서 특정 사건을 보다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전담 재판부 설치 논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일수록 결론만큼이나 절차가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는지가 사법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임태호 변호사는 신속한 재판에 대한 요구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 사건을 위한 별도 재판 구조는 그 취지와 무관하게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재판의 신뢰는 실제 판단뿐 아니라 외부에서 보기에 공정하게 보이는 절차를 통해서도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더욱 일관된 기준과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신속성과 공정성은 함께 가야 하지만,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절차의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독립은 선언이 아니라 동일한 기준의 적용과 충분한 판결 이유 설명을 통해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태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플랫폼에서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반복되면서 이용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정보 관리 실패를 넘어 2차 피해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의 보안 책임,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집행 가능성 등 법·제도 전반의 한계가 함께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균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적 책임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대규모 이용자 정보를 보유한 플랫폼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안 수준과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고, 유출 사고가 반복된다면 이는 기업의 관리 책임과 제재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는 “대형 유출 사건에서는 형사·민사·행정 책임이 동시에 문제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개별 이용자가 피해를 입증하고 배상을 받기까지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며 “반복을 막으려면 제재의 확실성과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상균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대형 플랫폼에서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용자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상황을 어
Q. <더시사법률> 독자분들 사이에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변호사 1순위’로 늘 이름이 오릅니다. 먼저 스스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신다면, 어떤 변호사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재심 사건을 주로 맡아온 변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서 태어나 노화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목포대학교에 진학했다가 군 복무 후 복학하지 않아 중퇴했습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해 2002년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지금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박 변호사님 이야기를 하면 ‘등대장학회’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처음 장학회를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첫 재심 사건이 ‘수원 10대 소녀 상해치사 사건’이에요. 무죄 판결을 받고 보상금이 나왔을 때 아이들에게 “이 돈의 10%를 좋은 곳에 쓰자”고 했죠. 그리고 청소년 단체, 미혼모 시설, 세월호 피해자 단체 등에 후원을 했습니다. 그 이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연이어 무죄가 나왔는데 그분들이 저에게 “10%를 드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돈을 다시 유가족이나 피해자 지원에 쓰고, 진범을 잡은 형사분께
정치권과 사법기관 사이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개혁과 권력기관 재편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권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정치권의 공개 비판이 사법부 독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혁이 실제로 제도의 균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갈등은 제도 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경우 오히려 사법 신뢰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의준 변호사는 정치권과 사법기관 사이의 긴장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그 갈등이 제도 안에서 조정되느냐 아니면 진영 대결의 언어로 소비되느냐에 있다고 본다. 권력기관 개혁 역시 특정 시기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제도의 균형과 독립성을 실제로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판결과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공세가 반복될수록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개혁은 어느 진영에 유리한가가 아니라 권한 남용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가를 기준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는 개혁의 선언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일관되게 작동하는 경험을 통해 쌓인다”
형사사건의 양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통화기록, 메시지, CCTV, 디지털 포렌식 자료처럼 전자적 흔적이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늘었고, 보이스피싱처럼 조직형 범죄에서는 하위 가담자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구속 피의자·피고인의 접견권, 사건 수 증가에 따른 변론 충실성 문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의사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까지 형사절차를 둘러싼 논의도 한층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민형 변호사는 이런 변화 속에서 형사절차의 기본 원칙은 오히려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증거가 늘고 여론 형성이 빨라질수록 법정에서는 더욱 정밀한 증거 판단이 필요하고, 방어권 보장 역시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피해자 의사를 절차 안에서 더 충실히 반영하되, 그 과정이 또 다른 압박이나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 운영을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형사절차는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에 맞춰 계속 달라지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증거에 기초한 판단과 실질적인 권리 보장”이라며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 방어권이 모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드
<더시사법률>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교부 차관보와 주영국대한민국 대사를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에서 소수 야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과 여론에 직접 호소하며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 정부 정책을 꼼꼼히 점검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책임 있는 야당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오랜 외교관 경력 끝에 정치에 입문하셨습니다. 계기나 동기가 있으신지요? A.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우연이었습니다. 외교는 국정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보니 정당들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곤 했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우리 당에서 저를 영입했고, 민주당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영입돼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Q.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대 여당 중심으로 국회 권력이 재편됐습니다. 소수 야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어떤 방식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보